하자판정 6개월 새 3천건 넘어… 대형사, 상위권에 다수 포함
국토부, 명단 공개로 '관리 압박' 나섰지만 실질적 개선은 미미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정부가 공동주택 하자 발생 현황을 매년 공개하지만, 건설 품질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자 판정 건수가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설사 상당수가 대형사라는 점에서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에 접수된 공동주택 하자 판정 건수는 총 311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요 하자 유형은 기능 불량, 균열, 누수, 결로 등으로, 기본적인 시공 품질 문제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토부는 2023년 9월부터 국민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하심위의 처리 현황과 건설사별 하자 통계를 연 2회 반기마다 밝히고 있다.
최근 6개월간 하자 판정이 가장 많았던 건설사는 HJ중공업(154건), 제일건설(135건), 순영종합건설(119건), 대우건설(82건), 혜우이앤씨(71건) 순이었다. 대형사인 현대건설(18건), SK에코플랜트(17건) 등도 상위 20위권 안에 들었다.
5년 누적 기준으로 GS건설이 14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계룡건설산업(605건), 대방건설(503건), 대명종합건설(346건), SM상선(323건)이 뒤를 이었다. 대형사 중에서는 현대건설(270건), 현대엔지니어링(262건), 대우건설(311건) 등이 상위권에 포함됐다. 하자 판전 비율 상위권에는 중소업체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도 명단에서 꾸준히 발견됐다.
정부는 이 같은 하자 통계와 명단 공개가 건설사들의 경각심을 높여 품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4000~5000건 수준에서 정체됐다. 하심위 접수 건수는 2022년 4370건, 2023년 4559건, 지난해 4663건으로 매년 증가했고, 하자 판정 비율 역시 3년 전 49.6%에서 78.9%로 급등했다.
현장에서도 대형사가 시공한 아파트 단지에서 하자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올파포)’에서는 입주 8개월 만에 벽면 균열이 발견돼 정밀안전진단과 전수조사를 추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역시 외벽 파손과 누수 등으로 품질 논란이 불거졌다. 대전 서구 ‘관저푸르지오센트럴파크’는 콘크리트 압축 강도가 기준치(35MPa)에 한참 못 미쳐 일부 건축물을 철거한 뒤 재시공에 들어갔다.
업계 안팎에서는 명단에 대형사가 다수 포함된 이유로 공급 물량이 많을수록 하자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보면서도, 과열된 분양 경쟁과 공사비 상승이 맞물려 품질 저하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재난과 인건비 상승이 겹치면서 마감 품질이 떨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단순한 명단 공개보다 입주 이후 하자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제도 개선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