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너지 노리지만… 불안한 행정 리스크
보안감점 연장 논란, 지역·산업·정치권 번지나
KDDX 표류 속 신뢰 흔들… 방산체계 점검 필요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오는 12월1일 HD현대미포와 공식 합병하며 ‘조선·방산 통합 체제’로 새 출발한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합병계약 승인 안건에 90% 이상 찬성표를 던지며 기대감이 높지만 정작 산업을 뒷받침해야 할 방산 행정의 신뢰는 흔들리는 모양새다.
방위사업청이 HD현대중공업에 내린 보안감점 기간을 1년 더 연장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까지 표류하면서 ‘방산 시스템 전반의 일관성 부재’가 산업계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올랐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력과 HD현대미포의 도크·설비·인력을 결합해 조선과 방산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통합 법인은 2035년까지 매출 37조원(방산 부문 10조원 포함)을 목표로 세웠다. 업계는 함정과 특수목적선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방사청의 보안감점 연장 조치가 변수가 됐다.
방사청은 지난달 “2013년 발생한 기밀 유출 사건의 일부 직원 판결이 늦게 확정됐다”며 기존 조치 종료 시점(11월) 이후 1년 추가 연장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울산 동구청과 동구의회는 즉각 반발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김종훈 동구청장은 “이미 3년간의 제재를 이행한 기업에 또다시 연장을 부과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침해하고 지역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동구의회도 만장일치로 ‘보안감점 연장 철회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행정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조치라는 해석이다. 방사청의 이번 결정이 조선·방산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기업에 대한 ‘징벌적 행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DDX 사업 지연 역시 같은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방사청은 ‘적기 전력화’를 내세워 수의계약 추진 방식을 검토하다가 HD현대중공업의 감점 연장 발언을 공개한 뒤 다시 “내부 논의 중”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경쟁은 과열되고 7조8000억원 규모의 사업은 2년째 표류 중이다. 당초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중공업이 선도함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방사청이 내부 조율을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연내 사업자 선정도 어려워진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산 주관기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기업 간 소모전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안감점 연장과 KDDX 사업 혼선이 동시에 불거지며 행정 신뢰가 흔들린다”며 “정부와 기업 간의 신뢰 체계가 무너지면 적기 전력화도, 방산 경쟁력 강화도 멀어진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합병은 조선·방산 산업의 ‘대형화’와 ‘초격차 기술 확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방산을 둘러싼 행정 리스크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덩치가 커져도 시너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세운 ‘세계 4대 방위강국 도약’의 구호가 현실이 되기 위해선 산업의 전략적 결단과 함께 행정의 신뢰 회복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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