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계기로 美 방산AI 기업과 손잡은 한화·HD현대
AI·자율운항 앞세운 'K-해양방위산업' 신시장 선점 경쟁
트럼프발 조선·방산 동맹 강화 속 '미국시장 진출' 가속화

한화시스템의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의 정찰용 무인수상정 '해령(Sea Ghost)'. 사진=한화시스템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국내 해양방산 양대 축인 한화와 HD현대가 무인수상정(USV)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해양방산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미국의 조선·방산 동맹 ‘마스가(MASGA) 프로젝트’ 구상과 맞물려 한미 간 조선·해양 기술 협력이 급물살을 타면서 두 그룹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미국 해벅AI와 손잡고 'AI 자율함정' 시연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최근 미국 인공지능 자율운항 솔루션 기업 해벅AI(Havoc AI)와 손잡고 방산·민수 분야 전용 무인수상정 개발에 나섰다.

해벅AI는 2022년 설립된 자율함정 스타트업으로 인공지능(AI) 군집 제어 기술을 통해 다수의 USV를 한 개의 지휘 체계 아래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 특화됐다.

폴 르윈 해벅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APEC 2025 퓨처 테크 포럼: 방산’ 세션에 참석해 AI가 국방 혁신을 주도하는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이후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찾아 하와이에 대기 중인 USV를 거제에서 원격 제어하는 기술을 시연하며 자사 역량을 선보였다.

한화는 이번 협력을 통해 함정 건조·시스템 통합 역량에 해벅AI의 자율운항 알고리즘을 결합, 방산과 민수 전 영역에 걸쳐 자율운항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화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거점으로 미국 해군·해양 방산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와 해양 무인체계 예산(53억 달러 규모)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미국시장 내 입지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다.

폴 르윈 해벅AI(HavocAI) CEO(맨 오른쪽)가 한화 임직원들에게 하와이 앞 바다에 대기 중인 해벅AI의 무인수상정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원격 통제하는 기술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폴 르윈 해벅AI(HavocAI) CEO(맨 오른쪽)가 한화 임직원들에게 하와이 앞 바다에 대기 중인 해벅AI의 무인수상정을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원격 통제하는 기술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안두릴과 맞손… '테네브리스'로 시장 선도

HD현대도 같은 시기 미국 방산AI 기업 안두릴(Anduril)과의 파트너십을 전면에 내세우며 맞불을 놨다.

‘APEC 퓨처 테크 포럼: 조선’ 기조 세션에서 김형택 HD현대 함정AI전문위원은 “무인체계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AI 자율항해와 임무자율화(Mission Autonomy)를 결합해 미래 해군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지난해부터 AI 기반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Hi-NAS)’,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상황인지 시스템 ‘하이캠스(Hi-CAMS)’, AI 예지정비 플랫폼 ‘하이CBM+’ 등을 상선에 적용해왔으며 이를 군함에도 확대 적용 중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션 오토노미 기능을 탑재한 USV ‘테네브리스(Tenebris)’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한다.

김 전문위원은 “세계 최초로 대양 횡단 자율항해에 성공한 상용화 기술을 군함으로 이식하고 있다”며 “AI 기반 무인함정이 HD현대의 다음 10년 생존 전략”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한 팔머 럭키 안두릴 공동설립자(앞줄 왼쪽부터 두 번째)와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앞줄 왼쪽 첫번째)가 HD현대가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HD현대
지난 6일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한 팔머 럭키 안두릴 공동설립자(앞줄 왼쪽부터 두 번째)와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대표(앞줄 왼쪽 첫번째)가 HD현대가 개발 중인 무인수상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HD현대

HD현대는 미국 헌팅턴 잉걸스(HII)와도 군수지원함 공동 개발 및 AI 정비체계 구축 협력을 추진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HD현대는 첨단 조선 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 여정에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수상정은 인구 감소와 인력 부족 시대에 필연적으로 확대될 해군 전력 체계”라며 “AI와 자율운항 기술이 결합된 무인 함정은 해양방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핵심 무기 체계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현재 각각 AI 기반 자율운항, 군집 제어, 디지털 트윈, 예지정비 등 기술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조선·방산 협력 구도 안에서 ‘K-해양방위산업’의 주도권을 두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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