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의 '3가지 비전' 소개…"그 편지가 엔비디아의 방향성 됐다"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 무대에 올라 29년 전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엔비디아의 한국 그래픽카드(GPU) 출시 25주년을 맞아 열린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참석해 글로벌 정보기술(IT)·산업계 핵심 인물 간 우정을 과시했다.
황 CEO는 “1996년 한국에서 매우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 누가 보낸 것인지 몰랐지만 그 편지는 지금의 엔비디아에 방향성을 제시한 중요한 계기였다”며 “알고 보니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보낸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편지에 담긴 세 가지 비전을 소개했다. ▲모든 한국인을 브로드밴드로 연결하겠다 ▲비디오게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겠다 ▲세계 최초로 비디오게임 올림픽을 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황 CEO는 “이 편지가 내가 처음 한국을 찾게 된 계기였으며 지금까지도 그 정신은 엔비디아의 핵심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은 무대에 오른 황 CEO를 ‘친구’라 부르며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25년 전 지포스가 처음 나왔을 때 삼성전자의 그래픽용 D램(GDDR)을 사용했고 그 순간부터 젠슨과 삼성의 협력이 시작됐다”며 “업앤다운은 있었지만 우리는 변함없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젠슨은 역대 최고의 기업가이자 경영자이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친구”라며 웃었다.
함께 무대에 선 정의선 회장은 “제가 생긴 건 좀 (나이) 들어 보여도 두 분 다 저보다 형님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어릴 적 아케이드 게임을 즐겼고 지금은 아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한다”며 “물론 엔비디아 칩으로 구동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앞으로 자동차에 로보틱스 기술을 더 깊이 결합해 더 많은 게임을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엔비디아가 1999년 한국 시장에 지포스를 출시한 지 25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황 CEO는 행사 전 이 회장, 정 회장과 함께 삼성동의 치킨집 ‘깐부치킨’에서 치맥 회동을 갖고 한국식 ‘소맥’ 문화를 체험한 뒤 코엑스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3사 CEO들은 3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다시 모여 '인공지능(AI) 동맹'이라 불릴 글로벌 비즈니스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