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 넘어 전략 경쟁 국면"

서울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 대형마트에 진열된 라면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최근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국내 식품업계가 불확실성 해소에 안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 현지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호 관세를 현행 15%로 유지하기로 최종 협의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양국이 상호관세를 1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5개월간 이어진 관세 협상이 극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미국 측의 금융패키지 세부 내역 이견 등으로 최종 타결이 지연됐으나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이 급물살을 타며 마침표를 찍게 됐다.

그간 관세 인상 우려로 위축됐던 식품업계는 대미 수출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게 됐다고 반기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경기가 어려워 수출 확대에 주력했는데 이번 관세 타결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며 “이제는 단기적 대응을 넘어 장기 전략 수립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KATI)에 따르면 8월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된 후 북미 농수산식품 수출은 1억7235만달러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그러나 9월 들어 라면, 김치, 소스류 등의 수출이 증가하며 북미 수출액은 15.3% 반등했다.

미국 현지 생산시설 보유 여부는 향후 기업 경쟁력의 핵심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 농심, 대상, CJ푸드빌 등은 이미 미국 내 공장을 보유 중이며 SPC그룹과 오뚜기 등도 설립을 추진 중이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인수한 슈완스 공장을 포함해 미국 내 20곳의 공장에서 ‘비비고’ 만두·김치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농심은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1·2공장에서 신라면 등을 현지 생산 중이다. 대상은 LA 공장 외에도 2023년 현지 식품 제조업체 럭키푸즈를 인수해 북미 유통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삼양식품은 관세 부담을 가격 전략으로 상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된 8월 이후 공급가를 약 9% 인상했으며 유통채널 마진을 반영해 미국 월마트 등에서 불닭볶음면 가격을 약 14% 올렸다.

업계에선 이번 관세 협상 타결이 단순한 세율 유지가 아닌 ‘예측 가능성’을 회복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기 대응이 아닌 현지 생산, 유통 네트워크 구축 등 실질 전략 경쟁 국면으로 진입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