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었지만 수익성 하락… 3분기 실적 먹구름

[서울와이어=김익태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내수 경기 침체와 원·달러 환율 상승이라는 이중 악재에 직면하며 수익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원가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관리 기조에 따라 가격 인상은 사실상 막혀 있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66.7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넘게 1450원대를 지속하며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두 가격은 지난해 12월 부셸당 951달러에서 최근 1113.25달러까지 17% 넘게 올랐고 소맥(밀) 역시 523.25달러 수준을 유지 중이다.
밀, 대두, 옥수수 등 주요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식품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을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CJ제일제당, 동원F&B, 롯데웰푸드 등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에서도 원가 부담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7조439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9% 줄어든 3465억원에 그쳤다.
국내 식품사업은 정체된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만두·가공밥 등 전략제품의 판매 호조로 소폭 성장세를 이어갔다. 일본 신공장 가동, 유럽과 미주 지역의 제품 확장 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은 강화되고 있지만 바이오사업과 사료 부문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롯데웰푸드 역시 일회성 비용 부담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소폭 늘었지만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32% 이상 줄며 수익성 악화가 드러났다.
동원그룹은 참치와 간편식, 펫푸드 등 전략 품목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식품 부문에서 20%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으나 고환율과 통상임금 인상으로 인해 전체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는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식품업계 특성상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다.
실제 일부 기업은 구매 시기를 조절하거나 대금 선지급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 보관이 어려운 식품 원자재 특성상 환율 급등기에 원가 압박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카카오 같은 주요 원재료는 병충해와 기후 리스크 등으로 시세가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수년 전보다 3배 가까운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 가격 인상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있다. 최근에는 중량 표시 의무 확대와 ‘슈링크플레이션’ 감시 강화 방안까지 내놓으며 기업들의 가격 조정 여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원가 절감, 해외시장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투자 축소와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는 해외 진출을 통한 돌파구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일본, 유럽, 미국에 연이어 대규모 생산시설을 건설하며 K-푸드의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롯데웰푸드의 경우 글로벌 메가브랜드로 육성 중인 ‘빼빼로’의 수출 확대와 해외 생산라인 구축에 나섰다.
동원그룹은 식품 계열사를 통합한 ‘글로벌 푸드 디비전(GFD)’을 중심으로 R&D 투자 확대와 글로벌 신제품 개발, 대형 M&A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되고 정부의 가격 통제 기조가 이어질 경우 이 같은 글로벌 전략도 일정 부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에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며 “환율과 원가 상승, 정부 정책 사이에서 식품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