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 불확실성 커져…관세 인하 시점 따라 비용 눈덩이
원잠·셧다운·재판 등 '첩첩산중'… 타이밍·내용 모두 중요

[서울와이어=이민섭 기자] 한·미 양국이 관세·안보 협상 내용이 담긴 설명자료(팩트시트) 공개가 늦어지면서 한국 자동차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양국간 이견과 정부 셧다운 등 미국 국내 사정 등으로 팩트시트 발표 시점이 미정인 가운데 한국 정부가 국익을 최대화하는 결과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1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약 2주가 지나도록 팩트시트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한국 자동차는 대미 수출 시 25%의 고율 관세를 계속 부담 중이다.
회담 직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팩트시트는 2~3일 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관세 인하 시점이 밀릴수록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양국 정부의 빠른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돼 기대감이 높다"며 "그런데 확정이 늦어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가 대미투자기금 관련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발효되도록 협의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 설명대로라면 한국 자동차의 대미 수출 관세율 15%는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돼야 하지만, 미국 정부가 양해각서(MOU) 체결 시점을 기준으로 고수할 것이라는 우려섞인 관측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매달 10만대 이상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올해 3분기 누적 100만4352대를 수출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일 약 4000대가 25% 관세를 적용받으면서 관세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관세 인하 시점을 상호관세 부과 시점인 8월7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하지만 11월1일은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 인하 시점 외에도 이해관계자들 간의 여러 이견이 팩트시트 발표를 지연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원자력 잠수함 건조 문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미국 연방대법원 관세 위법성 심리 등을 변수로 꼽는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에 대해서는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로 할지 국내에서 할지를 둘러싸고 양국이 이견을 보인다. 민경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필리조선소 규모가 원잠 건조에 적합하지 않다"며 "생산성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 건조 장소 명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도 원자력 잠수함 문제 조율과 팩트시트 발표를 늦추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의 원잠 건조 문제를 검토해야 하는 미국 상무부와 에너지부가 '셧다운'으로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민주당 내 몇몇 중도파 의원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임시예산안 처리에 협조하며 셧다운 종료의 물꼬를 튼 만큼 시점이 관건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단하면 징수한 세금을 돌려줘야 해 미국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미 대법원 심리 결과가 한미 협상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왕선택 서강대 대우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상대방이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그걸 활용을 해서 이익을 만들고 싶지만 항상 그 다음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불리하다고 우리가 먼저 예상해서 움직이면 되치기를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