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딜·논타깃 전투로 손맛 회복…남은 승부는 결국 BM 설계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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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서동민 기자] 게임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을 때 생기는 실망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노맨즈 스카이’와 ‘사이버펑크 2077’이 오랜 기간 혹평을 겪은 이유도 같다. ‘노맨즈 스카이’는 방대한 우주 탐험과 높은 자유도를 약속했지만 출시 초기 콘텐츠 밀도와 시스템 완성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사이버펑크 2077’ 역시 심각한 버그와 최적화 문제로 비판이 집중됐다. 두 게임은 핵심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재설계하고 업데이트를 지속하는 전략을 택했고, 시간이 흐르며 커뮤니티 평판과 시장 신뢰를 되찾았다. 불신 역시 꾸준한 개선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사례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최근 엔씨소프트가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은 잘 만들지만 비즈니스 모델(BM)이 과도하다”는 오랜 비판에 더해 ‘블레이드&소울2’, ‘쓰론 앤 리버티(TL)’, ‘호연’ 등 주요 신작의 연이은 부진으로 “이제는 게임도 잘 만들지 못한다”는 인식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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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엔씨소프트가 내부적으로도 전략적 비중이 큰 신작 ‘아이온2’를 이달 출시한다. ‘아이온2’는 국내 온라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역사에 한 축을 세운 대표 IP(지적재산권) ‘아이온’을 정식 계승한 작품으로, 원작의 상징적 세계관인 ‘천족과 마족의 대립’과 ‘8개 클래스 체계’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그간 누적된 신뢰 하락을 되돌릴 수 있을지 업계와 이용자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지스타 사전 시연에서 확인된 ‘아이온2’는 최근 엔씨소프트를 둘러싼 인식을 반전시키는 모습이었다. 언리얼엔진5 기반의 그래픽 표현, 뛰어난 타격감, 전투 리듬 설계는 엔씨소프트가 여전히 MMORPG 전투 디자인에 강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TL’과 ‘호연’에서 지적됐던 스킬 시전 중 이동이 제한되는 ‘말뚝딜’ 구조 대신 ‘아이온2’는 스킬 사용 중 이동과 회피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공격·회피·거리 조절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전개되며 플레이어의 조작 의도와 전투 체감이 맞아떨어진다. 후판정 기반의 타격 구조 역시 묵직함을 유지하면서도 응답성을 높였다. 여기에 논타깃 전투 방식을 채택해 직접 조준과 타이밍 판단이 요구되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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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연출에서도 생동감이 눈에 띈다. 시점을 회전할 때 캐릭터의 시선과 표정이 카메라를 따라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이는 단순 모델링이 아니라 몰입감을 강화하기 위한 연출 설계로 보인다. 이러한 시각·표정 연동 방식은 엔씨소프트가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캐릭터 연출에서 강조해온 ‘비언어적 몰입감’ 지향과도 연결된다. 엔씨소프트의 AI 기술이 실제 라이브 서비스나 향후 신작들에서 어떤 형태로 확장 적용될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물론 이번 시연 빌드에서는 전투 이외에 콘텐츠 볼륨 전반을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레벨 디자인이나 대규모 PvE 콘텐츠 등 다른 부분의 완성도는 출시 이후에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엔씨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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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는 11월 19일 0시 ‘아이온2’를 국내와 대만에 동시 출시한다. 16일부터 PC 사전 다운로드 및 캐릭터 생성이 가능하다. ‘아이온2’가 엔씨소프트에 남은 신뢰 회복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는 결국 출시 이후 장기 운영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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