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원전 친환경에너지 분류 흐름과 역행
원전 수출도 악영향… 정부 원전 포함 가능성 시사

환경부가 지난 30일 녹색금융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한 가운데 원전이 제외됨에 따라 논란을 빚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환경부가 지난 30일 녹색금융 활성화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한 가운데 원전이 제외됨에 따라 논란을 빚는 모습이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 논란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정부가 환경 개선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담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최종안에서 원전이 빠지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날 녹색금융 활성화를 촉진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년간 논의에 걸쳐 마련한 K택소노미 지침서를 발표했다. 

K택소노미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등 6대 환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경제활동을 구분하고 녹색채권·녹색기금 등 각종 금융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를 ‘녹색부문’과 ‘전환부문’으로 총 69개의 세부 경제활동으로 구분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 “탄소중립과 지속가능발전을 중심으로 개발돼 유럽연합(EU),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국제기준과 비교해 검토했다”며 “국내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산업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전문가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녹색부문에는 탄소중립과 환경 개선에 필수적인 재생에너지 생산, 무공해 차량 제조 등 64개 경제활동이 담겼다. 전환부문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초안에서 빠져 논란이 됐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2030~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한다는 조건으로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됐다.

다만 LNG 발전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석탄발전의 70%라는 점에서 원전 제외를 둔 논란이 지속된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정부에 “원전은 전주기 걸쳐 탄소배출이 매우 적은 초저탄소 전원”이라며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최근 국제적 흐름에도 대조적인 모습으로 EU는 다음 달 발표하는 택소노미에 원전 포함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청정에너지 기준에 원전도 친환경에너지로 인정했다. 

업계는 이 같은 결정이 향후 해외 원전 수주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다. 올해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동유럽 정상들에게 원전 협력 의사를 밝힌 뒤 국내 원전업계는 체코, 폴란드 등을 상대로 원전 수출에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원전이 택소노미에 빠지면서 금융권을 통한 재원 조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수주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에 환경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등을 고려해 원전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환경부 해명에도 논란을 수습하기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정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택소노미는 자금 조달을 쉽게 하는 것이 주요 목적으로 제외됐다고 불이익을 주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EU 결정에 따라 원전이 다시 추가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EU 택소노미의 원전 포함 여부가 결정되면 구체적 내용과 사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는 K택소노미에 원전이 빠졌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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