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자국 산업보호 명분 내세워 자원 무기화
한국, 2019·2021년 핵심자원 공급망 위기로 흔들
정부·기업, TF조직 신설 등 공급망 대응체계 갖춰

세계 각국이 상황에 따라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요소, 반도체 등 필수 소비·산업재까지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세계 각국이 상황에 따라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요소, 반도체 등 필수 소비·산업재까지 전략 자산으로 분류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졌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중국과 러시아 등 패권국가들이 보유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을 겪었던 국내 산업계는 더욱 고심한다. 광물자원,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불안감이 커졌다. 각국의 자원의 무기화 기조 등 공급망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 국내 기업과 정부의 대응책, 해외의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새로운 무기로 자원을 꺼내 들었다. 보유한 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수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상황에 따라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한국의 핵심 산업은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요소, 반도체 등 필수 소비·산업재까지 전략 자산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기차·배터리가 공급망 대란 영향권에 들었다. 배터리 원자재 공급 문제, 요소수 대란에 이어 또 다른 공급망 위기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완성차업계도 위기감에 휩싸였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폭증에 니켈값이 폭등하는 등 수입처와 공급 협상에 난항을 겪는다”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공급망 체계는 아직 불안정한 상황으로 수입처 다변화 등 원료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경우 자원 무기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을 겪었다.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제한과 지난해 11월 중국의 요소 수출 제한에 산업계가 흔들렸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정부, 핵심 자원 수급불안 '총력' 대응 

한국의 경우 자원 무기화로 인한 공급망 차질을 겪었다. 외교 마찰을 빚던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제한이 대표적이다. 당시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정책을 발빠르게 정비해 반도체산업 타격은 제한적이었다.

한 차례 경험으로 정부는 민간과 소통을 강화하는 등 현장 중심 체계를 갖춰나가는 방향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분위가 반전됐다. 전 세계가 국경 봉쇄와 함께 핵심 물자 통제에 나서면서다.

지난해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공급망 위기는 올해 한껏 고조된 상황이다. 중국발 요소 수출 제한으로 지난해 11월 국내 산업계 전반을 휩쓸었던 대란은 최근에서야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요소수 대란의 시작은 중국과 호주의 외교 마찰에서 비롯됐지만 국내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앞선 경험에서도 정부가 체계적 공급망 대응체계를 갖추진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공급망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중점에 뒀다. 정부는 산업안보 테스크포스(TF)의 규모를 확대하고 신속한 대응력 갖출 수 있도록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을 도입했다.

또한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큰 광물이나 자원 100여개 품목을 경제안보 핵심품목으로 지정해 수급을 관리하고, 대외의존도가 높고 일정 금액기준을 충족하는 4000여 조기경보시스템 품목에 50여개를 추가로 선정했다.

정부가 공급망 불안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3일 대한상의에서 무역협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코트라·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계자들과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공급망 불안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13일 대한상의에서 무역협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와 코트라·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계자들과 공급망 위기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공급망 위기대응, 민간분야까지 확대

정부는 이처럼 체계적 관리 속에 공급망 위기 총력대응을 시사했다. 최근 공급망 위기에 민간분야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산업부는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무역·공급망 점검회의’를 열고 잠재적 공급망 불안 요인 해소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에는 무역협회·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 코트라·무역보험공사·수출입은행·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잠재적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한 관계자들은 공급망 이슈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점검했다. 전자‧배터리‧석유화학‧기계 업종은 별도의 공급망관리 TF와 협의회를 출범하는 등 자체 대응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기업들도 공급망 전담 부서를 설치해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경영지원실 산하에 ‘공급망인사이트TF’ ▲MX(스마트폰) 사업부 내 ‘구매전략그룹’ ▲VD(영상기기) 사업부에는 ‘글로벌 운영팀’ ▲생활가전 사업부 산하에 ‘원가혁신TF’ 등을 신설했다.

신설된 조직은 각국의 정책 변화를 파악해 반도체·원자재 등 공급망 위기를 사전에 감지, 이에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LG전자도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 내 공급망 관리(SCM) 담당 조직과 반도체 개발·구매팀, 반도체 공급 대응 TF를 구성했다.

회사의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배터리 업계도 원료의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선제적 위험에 대응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리튬 정광 70만톤을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광물의 경우 장기 계약에 따라 이뤄져 당장 큰 위기는 없을 것”이라며 “최근 광물 가격 상승세로 인한 부담은 존재해 거래선을 다양하게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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