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 영향력 강화 나선 중국
완성차업계 부품 수급 변수 작용
대중국 수입의존 한·미·일 중 최고
정부, 공급망 리스크 대응에 나서
중국과 러시아 등 패권국가들이 보유한 자원을 무기화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지난해 요소수 대란을 겪었던 국내 산업계의 고심이 커진다. 광물자원,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등 불안감이 높아졌다. 각국의 자원의 무기화 기조 등 공급망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 국내 기업과 정부의 대응책, 해외의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중국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요소수 대란과 같은 추가적인 공급망 차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산업 전반의 주요 소재·부품 등 핵심 품목에 대한 대중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완성차업계 공급망 위기↑
연초부터 주요 소재·부품 등 핵심 품목 관련 공급망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중국이 지난달 광물자원에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희토류 국영기업을 출범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기차의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로 꼽히는 리튬, 코발트, 니켈, 마그네슘의 가격을 인상했다.
배터리 자원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중국의 폭주로 국내 기업들의 영향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최근 모습은 미·중 갈등에서 비롯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중국이 맞불을 놓는 등 현재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완성차업계의 부품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 10일 내놓은 ‘2022년 주목할 글로벌 자동차산업 5대 트렌드’ 보고서에서 자원 부국의 원자재 수출통제로 인한 수급 불안과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을 우려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 원료인 흑연의 최대 생산지인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은 이미 올해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수급난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원은 공급망 위기뿐 아니라 배터리 원자재인 니켈·코발트 가격 인상에 따른 전기차 원가 상승 압력도 커짐에 따라 전기차 가격 저감도 기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업계는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다면, 올해는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문제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반도체 등 핵심 품목 대중의존도 여전히 높아
국내 산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중국발 악재의 묶여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요소수 사태 이후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존도 탈피가 공급망 위기에 핵심이다.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발생 이후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더욱 상승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미·일의 주요품목 대중국 수입의존도를 비교한 결과, 부품소재를 포함한 중간재 대중 수입의존도가 3개 국가 중 가장 높았다. 2020년 미 공급망 재구축 4대 품목(반도체, 배터리, 항생물질, 희토류)의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1~8월) 전체 품목의 대중 수입의존도 역시 미·중 무역전쟁 발생 직전인 2017년과 대비 한국은 3.8%포인트 증가했다. 일본 0.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고, 미국은 4.2%포인트 감소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산업통상을 넘어 경제안보 의제와 결합해 다뤄진다”며 “한국도 주요품목에 대해 중국 등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제도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 신생 무기 '자원'
패권을 가진 국가 간 대립에 자원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한 국가의 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분류된다. 국내는 이미 지난해 11월 자원 무기화의 심각성을 경험했다.
당시 중국 정부에서 요소수 생산 원료인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국내에서는 요소수 생산 제동이 걸렸다.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요소수 파동으로 국내 산업계는 마비 직전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미·중 패권 다툼은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으로 언제든 핵심 품목에 대해 각국이 수출 제한을 걸지도 모르는 불안감이 커진다.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됨에 따라 배터리, 반도체 분야에서 각국의 빗장이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당장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공급망 불안 위기에 “경제안보 핵심 품목을 지정하고 비축 확대,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등 품목별 수급 안정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호주를 국빈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고 리튬·니켈·코발트·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합의했다. 정부도 요소수 사태를 기점으로 핵심 품목 관련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다만 정부의 노력에도 공급망 불안을 잠재울 획기적인 방안이 없어 아쉬움이 남는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전반에 대해 세밀한 점검, 관리 노력뿐 아니라 해외자원 개발 필요성을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반도체, 배터리 등의 핵심 품목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 조치뿐 아니라 기존 원료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 발굴 노력을 통해 궁극적인 원인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LG화학, '구미형 일자리' 양극재 생산공장 건설에 5000억 투입
- 정부, "공급망 이슈 대응… 핵심품목 수급 안정화에 총력"
- 인도네시아발 석탄 금수에 연초부터 글로벌 에너지 대란 조짐
- 한국 경제 위협하는 '희토류'… "중국 규제에 달렸다"
- 신년부터 원자재 수급 악재?…인도네시아 1월 석탄 수출 전격 금지
- 국내 요소수 수급 불안 해소… 생산·접근성 '개선'
- "이제 쉽게 구매하세요"… 편의점서 요소수 판매 개시
- [총성 없는 전쟁 ②] 자원무기화 대응 위해 '정부·민간' 뭉친다
- [총성없는 자원전쟁 ③] 부유국 횡포에 각국 공급망 불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