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지정학적 리스크에 시장 혼란 커져
미·러·EU 노력 이어져… 반발 매수 유입 기대
애플·테슬라·삼성 등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투자시장이 한파에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약세장이 계속되며 어느덧 2700선까지 내려앉았고, 가상자산(가상화폐, 암호화폐)은 5000만원대가 무너진 후 반등세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외 악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글리벌 리스크 동향을 살피며 실적 발표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최근 하락 폭이 컸던 실적 호전 종목 중심으로 반등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는 전날까지 6.23% 하락하며 2800대 아래로 밀려났다. 2800선이 무너진 건 2020년 12월23일(2759.82) 이후 13개월 만이다.
가상자산시장에서도 약세장이 이어졌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서 21.23% 급락하며 전일 종가(오전 9시 이전) 4473만1000원을 기록했다. 최고가를 찍었던 지난해 11월9일 가격(8270만원)과 비교하면 45.91% 폭락으로 반 토막 수준이다.
새해 들어 금리 인상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들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움직임에 긴장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 본부장은 “이번 주까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우크라이나 가입 철회 등 여러 방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부각되자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추진 우려가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맞지만,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 본부장은 “긴장 완화를 위해 러시아·미국·유럽연합(EU)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 반발 매수 유입 기대를 높인다”며 “미국 2년물 국채 입찰에서 응찰률(채권 수요)이 높아지는 등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금리 안정 기대를 높인 점도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는 글로벌 악재가 상존하나, 이번 주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발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미국 증시에서 이번 주 애플, MS, 테슬라, IBM, 제너럴일렉트릭(GE), 버라이즌, 인텔, 로빈후드 등이 실적 발표를 한다.
서상영 센터장은 “최근 하락 폭이 과도했던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앞두고 반발 매수세 유입 기대는 여전히 높다”며 “국내 증시는 0.5% 내외 하락 출발이 예상되나 본격적인 실적 시즌을 앞두고 종목에 주목하며 최근 낙폭이 컸던 실적 호전 종목 중심으로 반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배터리 업계도 설날 연휴를 앞두고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줄줄이 발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확정실적을 발표하며 2월 초 LG에너지솔루션이 전지사업 부문이 아닌 자체 실적을 처음 발표할 예정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결국 반등의 실마리는 1월 FOMC와 대형 테크 및 성장주들의 실적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4분기 실적보다는 향후 가이던스(예상치) 변화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미래 실적 변화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높아졌음을 감안 시 시장에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가이던스를 제시할 지가 관전 포인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소프트웨어, 건강관리, 미디어·교육, 디스플레이, IT하드웨어, 화장품·의류 등 연초 이후 코스피 대비 낙폭이 컸던 업종을 주목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기술적 반등에 나선다면 단기 낙폭과대주에 주목해야 한다”며 “펀더멘털 변화보다 불확실성 완화를 계기로 단기적으로 과도했던 주가흐름의 되돌림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낙폭과대주에 투자 시 목표수익률은 낮게, 투자 시계는 짧게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