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인 금융공약 놓고 금융당국, 국책은행 수장 입장 차
"LTV 20~70%까지 차등지원" vs "가계부채 억제 불가피"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에... 이동걸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구성이 초읽기에 들어선 가운데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공약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는 반면, 두 금융수장은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수장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정권이 바뀌고도 임기종료까지 자리를 지킨 사례가 있는 반면, 정권이 출범하고 내각이 구성되는 동시에 교체가 된 사례가 함께 있어서다.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왼쪽부터) 고승범 금융위원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고승범·정은보 교체 가능성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면서 양대 금융수장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교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공약의 추진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령탑 교체가 이뤄지곤 한다.

두 금융수장의 교체설이 거론되는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기조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투기수요가 아닌 실수요에 한해 LTV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공약인 'LTV 규제의 합리적 개편'에 담겨있다. 지역·집값·무주택 여부 등에 따라 20~70%를 차등 적용하는 LTV를 단순·완화해 주택 수에 따른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강력한 가계부채 억제 목소리를 내왔으며, 취임 후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일을 앞당겼다. 

DSR이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유가증권담보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DSR이 40%라는 의미는 연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데 쓸 수 없다.

당초 DSR 규제는 1~3단계로 나뉘어 단계별로 2023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되기로 했지만, 고승범 위원장은 2·3단계의 적용 시기를 각각 6개월, 1년 앞당겼다. 특히 업권별 DSR도 강화했다. 보험사의 경우 DSR을 기존 70%에서 50%로 적용했다. 

정은보 금감원장 역시 가계대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작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에 "총량적으로 관리할 수 밖에 없다"며 대출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개최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출규제는 시장 리스크 관리, 거시경제적 불확실성 제거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원장의 임기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두 금융수장은 대선 이후 자신들의 행보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왼쪽부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이동걸·윤종원·방문규 거취도 관심 집중

국책은행 수장의 거취도 관심사다.

먼저 KDB산업은행 회장은 과거 전례를 비춰볼 때 교체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동걸 현 회장의 전임인 이동걸 회장(동명이인)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가 2023년 9월까지 1년 넘게 남아있지만,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욱이 산업은행 소재지를 두고 이동걸 현 회장과 윤석열 당선인 간에 시각차도 다른 점도 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윤 당선인은 공약으로 산업은행을 부산에 이전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이동걸 현 회장은 올해 초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직격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과거 정권이 바뀌어도 행장이 임기를 지킨 전례를 고려할 때, 현 윤종원 행장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김도진 전임 행장은 2016년 취임했지만,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자리를 지켰다. 이후 2019년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다만, 윤종원 행장이 현 정권의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점은 걸림돌이다. 

수출입은행장은 임기만료와 윤석열 정부의 내각 구성과 시기가 맞물려 자리를 지킬 것으로 가능성이 점쳐진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0월 종료되는데,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시점을 볼 때, 무리하게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