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격 폭등에 건설·완성차업계 먹구름
수입 밀 톤당 가격 2008년 이후 사상최고치
식품 물가 등 국내경제 전방위 타격 지속돼
나프타 가격 급등, 완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글로벌 원자재 대란에 국내 건설·완성차업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건설업계는 공사 중단(셧다운)이 가시화됐다. 완성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요소인 리튬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비상이 걸렸다.
원자재 대란은 국내 식품 물가도 뒤흔들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빚어진 물류대란으로 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중국발 악재와 고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건설·완성차업계 원자재 대란에 '초비상'
전 세계가 원자재 대란으로 혼란을 겪는 가운데 국내 건설과 완성차업계는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건설업계는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 직격탄를 맞았다. 세계 최대 철근 생산국인 중국의 수출 제한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연탄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철근 가격은 전년 대비 30% 올랐고, 시멘트 가격도 지난해 7월 5.1% 인상에 이어 지금까지 15% 이상 상승했다.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원도급업체를 상대로 공사비를 자재비 인상에 맞춰 올려달라고 주장하면서 파업을 선언했다.
호남·제주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소속 52개 업체는 20일부터 공사 중단(셧다운)에 들어갔다. 광주시가 이날 오후 철근·콘크리트 업체와 6개 건설사(원청사)를 불러 단가 인상 요구와 공사 중단 사태 해결에 나서며 최악의 사태는 벗어났다.
하지만 갈등에 불씨는 여전하다. 자재비 인상 요인이 공사비에 반영되지 못하면 재차 공사중단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등 아파트 공급 일정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당장 현장에서는 둔촌주공아파트 사례처럼 공사비 증액 등을 두고 갈등을 빚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에 종합건설업사들은 공사비 인상 요구에 현장별 상황에 맞춰 인상을 검토 중이지만, 공기 지연 가능성이 큰 만큼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완성차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고심한다. 최근 전기차산업이 활기를 띠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 가격도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니켈 가격은 톤당 3만3300달러로 전년 대비 2배, 리튬은 7만2600달러로 5배 이상 급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위기가 지속되는 양상이다. 부품 수급 등의 어려움을 겪는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제품가를 인상함에 따라 완성차기업도 전기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용은 약 40%를 차지하는 만큼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에서 모델3 퍼포먼스와 모델Y 롱레인지 등 주요 모델의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 아이오닉6 등 국내 출시 예정인 전기차들에 대한 가격 인상도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며 “공급망 불균형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끝나기도 전 배터리 가격 상승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식품물가 고공행진, 서민경제까지 위협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입 밀 가격도 상승세다. 해당 국가들이 전 세계 밀과 보리 수출량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곡물 수출국이라는 점에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지난달 수입 밀 단가는 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2008년 이후 13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전 세계적인 물류난과 더불어 해상운임 상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입 밀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식품업체들은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앞서 사회적 거리두리가 종료되면서 소비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했지만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실제 피자, 라면, 빵, 햄버거 등 생활 식품 가격은 줄줄이 인상됐다. 식품업계는 당분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원자재 대란은 국내 산업계와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몰고 왔다.
국내에서는 물가 안정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책에 따른 봉쇄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모습이다. 여기에 국제 유가 흐름도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로서 대외환경 불안으로 원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를 되찾기는 상당 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 고유가 겹치며 나프타 가격↑
석유화학업계도 원자재 대란과 고유가 여파를 피해가지 못했다. 플라스틱·섬유 등 각종 화학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 가격은 연초 대비 30% 이상 뛰었다. 러시아산 중질 나프타 수입이 전면 중단되면서다.
특히 원유에서 추출한 나프타는 합성수지, 합성섬유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격 인상분을 완제품을 생산하는 고객사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수익성 방어 차원에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4.1%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유가 상승 영향으로 10년 이래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심각성을 인지해 대응 마련에 나섰다. 당장 정부는 국제 곡물의 경우 수급 우려가 높은 밀, 옥수수 등에 대체 입찰을 통한 추가 물량 확보에 중점을 뒀다. 또한 0%의 할당관세를 적용해 가공식품업계의 부담을 낮췄다.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경유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운송·물류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정유사들은 오는 5월1일부터 인하분을 반영한 제품을 공급하고 전국 760여개 직영 주유소 판매가에 반영할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도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윤 당선인은 이와 관련 물가와 민생안정을 새 정부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정부 출범 후 ‘민생안정방안’ 발표 등을 예고한 상태다.
추 후보자는 이날 종로구 광장시장을 방문해 생활 물가 동향을 점검하면서 “최근 물가 여건 속 원재료비 인상 등에 따른 비용 부담 완화를 통해 생활 물가가 최대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광범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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