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 46명 심리부검 진행
"자살 경고신호 인식해 도움줘야"

[서울와이어 김경원 기자] 국내 자살사망자 87%가 정신질환을 앓았으나 치료 혹은 상담을 지속한 비율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천대 길병원은 위탁운영 중인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의 배미남 부센터장과 이 병원 조서은·강승걸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인천 내 자살사망자 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연구팀은 2016~2021년 인천에서 심리부검이 진행된 46건의 자살자 유족 면담 결과를 분석했다. 심리부검은 한국-심리부검체크리스트(K-PAC)을 이용해 고인과 가족의 정신 건강 상태와 심리 사회적 요인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뤄졌다.
연구 결과 자살사망자의 87%(40명)가 사망 전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사망 전까지 치료나 상담을 유지했던 경우는 15.2%(7명)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자살과 정신질환이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으며 정신질환 치료를 지속하는데 있어서 부정적인 편견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자살사망 전 자살을 암시하는 경고신호를 보인 사망자는 93.5%(43명)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 암시 경고신호를 유족이 인식한 건은 17.4%(8명)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고인이 보내는 다양한 사인을 유족이 알아채리기는 쉽지 않았다"며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자살 경고신호를 인식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살 위험자가 그릇된 선택을 하기 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주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강승걸 교수는 "자살 위험자를 발견한다면 지체없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극단적 선택 전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 위험자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으로는 연구진은 총 7가지를 제시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알리기 : 자살이 의심되면 위험에서 현실적으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있어주기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처치가 취해지기 전까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함께 있어주는 것이다. 순간적인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때 도움을 줘야 한다.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편안하게 격려하기 : 자살 위험자의 생각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충분히 공감하는 자세로 들어줘야 한다. 자살에 몰입된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감정이 환기되도록 해야 한다.
▲자살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보기 : 위험성 판단을 위해 ‘자살을 시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니?’ 같이 생각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상황과 분리 시키기 : 자살 위험자가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 있지 못하게 하고, 주변에 자살에 사용할 만한 물건도 있지 않게 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상담기관의 도움 받기 : 자살의 위험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자살예방 전문가를 만나도록 도와 주는 것이다.
▲위급 시 도움받기 :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112나 119, 24시간 자살위기상담 전화 1577-019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