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기조, 2차전지·경기방어주 포트폴리오 유지
“현대차·기아, 실적 긍정적… IRA 피해 크지 않을 것”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다. 증권가에선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경기 방어주 중심의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로 대응할 것을 권고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7일 오후 2시5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 대비 7.20원(0.52%) 오른 1386.70원에 거래 중이다. 환율이 1380원을 넘은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1일(고가 기준 1392.0원) 이후 13년5개월 만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넘긴 데 이어 연말에는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달러화 강세는 미국 채권금리 상승에 동조화하고 있다”며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지속 발언으로 예상보다 미국 채권금리 상승 및 달러 강세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전 세계 경기침체 논란, 한국경제 수출 타격 우려, 연준의 양적 긴축 등으로 경제 여건 측면에서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 요인이 우세하다”며 “향후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전문가들은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정책 수혜주, 경기방어주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유지할 것을 추천했다.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면 외국인 수급에 악영향을 미치며 국내증시에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에 따른 세제 혜택 수혜가 예상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달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로 각각 5799억원, 534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주가는 각각 9.60%, 5.10% 올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와 과학법 발효로 향후 첨단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정책 방향이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산업별로 수혜와 피해 분야가 갈릴 수 있는데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내년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화학·IT 하드웨어·기계·화장품 업종과 통신·필수소비재 등 실적 성장 방어주, 에너지 변동성 헤지 방어주 등을 유망 업종으로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긴축 및 경기침체 우려가 지난 6월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다만 수출증가율 하락과 이익 추정치 하향 가능성을 고려하면 지수 상단이 제한되고 있어,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외국인 순매수 규모 3위와 9위를 차지한 현대차(5307억원)와 기아(1770억원)도 고환율 시대에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꼽혔다. 수출이 주력인 이들이 평균판매단가(ASP) 상승과 공급망 회복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점쳐졌다. IRA의 악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전통적 비수기로 국내공장 조업일수가 감소하고 있으나 ASP 증가 흐름이 2분기보다 뚜렷하게 나타나 실적개선의 결정적 신호를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증권은 단기적으로 세제 혜택을 전부 받을 수 있는 완성차업체가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 IRA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의회 예산처도 2023년에 7500달러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기차를 미국 연간 신차 시장의 0.1%에 불과한 약 1만1000대로 추정하고 있다”며 “국내 업체가 가격 경쟁력 훼손을 입더라도 단기 피해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