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 比 8.3% 증가
연준 '자이언트 스텝' 넘어 1% 금리인상론도 솔솔
한국 금리인상 불가피… 취약차주 상환부담 악영향

미국 휴스턴의 한 식료품점 [사진=연합뉴스]
미국 휴스턴의 한 식료품점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미국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예측과 달리 높다는 발표가 나오자,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큰 폭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미 금리인상은 국내 기준금리를 자극하는 만큼,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에도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서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에 비해 8.3% 올랐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측한 전망치 8.0%를 상회하는 수치다. 최근 유가하락에 힘입어 물가상승률이 뚜렷하게 둔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금리를 인상해야 할 요건이 갖춰진 데다 연준 고위 임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면서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75bp 인상)은 확정적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미국과 금리역전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높이는데, 이는 국내 취약차주들의 이자부담을 키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869조4000억원(카드사용액 포함)에 이르는데, 작년 9월 이후 단행된 7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현재 2.50% 수준에 이른 상황이다.

1년 만에 늘어난 가계대출 이자 부담액은 27조원이 넘고,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130만원으로 훌쩍 뛰었다. 여기에  연준이 이달 20~21일 진행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차주의 부담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다중채무자의 대출상환에 직격타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중채무자는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를 뜻하는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때 빚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의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3월 말(449만8000명)에 비해 1만1000명 증가했다. 

다중채무자가 가진 빚의 규모는 598조3345억원으로 1인당 평균 채무액은 1억3269만원에 달한다. 더욱이 다중채무자의 대출잔액 대다수가 저축은행에 몰려 있는데, 올해 2분기 기준 저축은행의 가중평균 금리는 연 9.79%다.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신용점수가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 기준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근접한 연 19.9%에 이른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의 수가 늘고 있다"며 "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대내외 여건까지 나빠질 경우 청년층,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신용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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