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고구려·발해사를 중국사로 인정한 것처럼 조작
수정·사과 요구에 중국 "학술 문제일 뿐 이슈화 안 한다"

중국이 행사에서 한국 고대사를 소개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했다.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이 행사에서 한국 고대사를 소개하면서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했다. 사진=웨이보 캡처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중국이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행사에서 한국 고대사를 소개하며 고구려와 발해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나 한국이 즉각적인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14일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국가 박물관은 올 7월부터 한중 수교 30주년·중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동방의 상서로운 금속,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을 진행했다. 문제는 전시회에 소개된 한국고대사 연표에서 신라·백제와 삼국시대를 이끈 고구려가 빠졌다. 발해도 우리 고대사 연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고조선부터 조선까지 건립 연도를 자세히 표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박물관 측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은 연표 하단부에 ‘한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공했다’고 표기했다. 한국이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중국사로 인정한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었다.

중앙박물관 측은 중국 측에 제공한 연표에 고구려와 발해 건국 연도가 포함됐다면서 중국 측이 임의로 편집한 부분의 수정과 사과를 요구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통상 전시 때 제공 기관의 자료를 성실히 반영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고구려 문제는 학술 문제다. 학술 영역에서 전문적인 토론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정치 이슈화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중국은 실질적으로 수정과 사과를 거부하면서 고구려 발해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東北工程)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중국의 의도적인 행동과 대응은 한중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역사 문제는 우리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역사 왜곡 동향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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