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로 성장 발판 확보… 수익 다각화 투자 확장
증권업계 최연소 CEO 등극, ‘낮은 자세로 소통’ 강조
'증여랩' 아이디어, 출시 3개월 가입금 1000억원 돌파
"구성원 비전 공유… 장기적 안목·내실 있는 변화 추진"

국내 증권업계 최연소 CEO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낮은 자세로 소통해 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적성장을 통해 어린 나이와 짧은 업계 경력에서 불거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며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제공
국내 증권업계 최연소 CEO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낮은 자세로 소통해 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적성장을 통해 어린 나이와 짧은 업계 경력에서 불거진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며 신사업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하나증권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힘을 합친다면 그동안 이뤄낸 훌륭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키는 동시에 혁신적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보다 낮은 자세로 모든 임직원과 고객, 시장을 섬기는 모습으로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증권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은형 하나증권 대표이사는 5개 국어 능통자에 금융업계를 두루 거친 글로벌 전문가로 통한다.

1974년생인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를 졸업 후 중국 지린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중국 베이징대학교 고문교수까지 지낸 그는 2011년 하나금융그룹 글로벌전략총괄 부사장을 시작으로 금융업계에 들어섰다. 

이후 중국 민생투자그룹 부회장, 하나금융그룹 글로벌부회장까지 역임한 이 대표는 지난해 하나증권 대표이사를 맡게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47세로 증권업계에서 가장 젊은 CEO였다. 

많지 않은 나이와 짧은 증권업계 경력이 우려를 키웠지만, 취임사에서 묻어난 자신감과 겸손함 만큼 이 대표의 행보에는 긍정적 성과와 사람이 따랐다.

구성원과의 단합을 중시한 이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직원 복지와 상품 개발에 직접 소통해왔다. 실제 이 부회장이 아이디어를 낸 ‘증여랩(지속 가능한 글로벌 기업에 장기 투자하고 증여에 필요한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종합자산관리, 랩어카운트)’ 상품은 출시 3개월 만에 가입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상품을 만든 임직원들이 직접 광고 모델로 출연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자는 아이디어를 내놔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5066억원의 역대 최고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는 전년대비(4109억원) 23.3%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내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이 35.7%(3556억원) 증가하며 하나증권의 위상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 5월 두 번에 걸쳐 각각 5000억원씩 총 1조원 유상증자를 통해 성장 발판을 확보했다. 현재 하나증권의 자기자본은 5조8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내 6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요건을 갖춘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다. 초대형 IB 진출은 발행어음업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소·중견기업 대출, 비상장사 지분 매입, 해외사업 등 수익 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확장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글로벌 역량 강화에 주력 중이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해외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신남방 공략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베트남 1위 국영은행의 증권 자회사인 BIDV시큐리티의 지분 35% 인수하고 전략적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그는 인구 약 9900만명에 달하는 베트남의 금융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국내에서 쌓은 디지털 비즈니스 역량과 기술,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 특화되지 않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약과 지속적 혁신·변화의 의지를 담아 사명도 변경했다. 지난 7월 이 대표는 2015년 9월 이후 약 7년간 사용돼 온 하나금융투자를 하나증권으로 바꾸고 체질 개선과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올해로 임기 2년차인 이 대표는 형식에 구속되지 않는 젊은 세대이면서도 아날로그 감성을 갖춘 사람 냄새 나는 인물이다. 자신의 취임식을 생략하고 손글씨로 작성한 장문의 편지를 통해 취임 인사를 대신할 만큼 마음을 직접 전달하는 데 진심이다.

이 대표는 취임 첫날 본사 건물 환경미화원을 포함한 관리직원들과 회사 차량 운전기사들에게 사비로 간식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나, 부회장으로 재직할 때도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을 먼저 챙겨오곤 했던 이 대표의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는 철학과 의지가 이어진 것이다. 

또 취임 첫 행보로 업무 간소화와 효율화를 위한 작업과 복리후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에 착수하는 등 소통하고 공감하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식을 대신한 손편지에 고대 경전 예기(禮記)에 나오는 ‘행은치원 진이유위’(行穏致遠 進而有爲) 구절을 인용하고 “안정적으로 전진해야 멀리 가고 부단히 발전해야 이루는 바가 있다”며 “단기적 성과에 치중해 섣부른 혁신을 추진하기 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고 과정에 공감하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내실 있는 변화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글로벌 위기가 지속되면서 금융 시장 분위기도 침울하다. 인플레이션의 고공행진과 이를 막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 정책이 단기간에 연속으로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급등과 경기침체 우려까지 더해지며 투자자들에겐 최악의 상황이 던져졌다. 이는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에 대해 고민해야하는 상황까지 전개됐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위기 상황과 금융투자시장의 빠른 변화 속도 대응을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과 임원인사 등을 시행했다. 직급체계 간소화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으로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지금의 격변하는 환경이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능동적이고 기민한 전략적 대응을 통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임직원에게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가 그리는 젊고 역동적인 하나증권이 위기의 시기를 어떻게 타개하고, 앞으로 업계에서 어떤 성공 스토리를 써 나아갈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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