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3연속 자이언트 스텝', 원/달러 환율 상승 부추겨
고환율 장기화… 가전·철강·항공·석화업계 등 실적 '빨간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섰다.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섰다.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이 1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400원을 돌파하면서 고환율 공포가 산업계 전반을 덮쳤다.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이 2009년 3월 20일(1412.5원) 이후 첫 1400원대를 넘어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추가 인상을 단행하면서 “공급망이 일부 복원됐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하다”며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추가적인 인상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완제품을 수출하는 가전업계, 해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철강업계,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 비용을 전액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업계 등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가전업계는 물류비 급등과 환율 상승이 겹치며 하반기 실적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가전 수요마저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으로 침체기에 빠지면서 부담이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3분기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가전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철강사들도 환율이 오를수록 원자재인 철광석과 유연탄 수입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원가 부담이 커진다는 의미로 기업들은 환율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응 마련에 집중한 상태다.

국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완화로 기지개를 켠 항공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는 환율이 오르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리스료와 유류비 등 고정지출 비용은 모두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확대와 재무개선 목표 달성에 적신호가 들어온 셈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대형항공사는 화물사업으로 돌파구를 마련했지만, LCC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환율에 더욱 취약하다.

석유화학업계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기초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의 수입 가격 부담을 떠안으면서다.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는 각종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들어간다. 나프타는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원가 부담이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 주요국 경기 하강 등으로 수출도 둔화한 모습이다. 무역수지 적자 폭도 커지면서 올해 적자 누계치가 292억달러로 집계됐다. 당장 기업들은 내년도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대기업에서 발표한 대미 투자도 축소될 수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가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단기간 내 변동성을 적극 관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전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과거 금융위기 대비 우리의 대외건전성 지표들이 양호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며 “주요 리스크와 상황별 대응 조치를 점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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