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30원대 코앞, 금융위기 후 '최고점'
정부,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등 환율관리 나서
한미 간 금리 역전, 한국은행 '빅스텝' 여부에 촉각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 긴축 행보로 킹달러(King Dollar·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무역 적자 폭이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과 관련 상품수지와 경상수지 흑자를 이유로 환율 상승에 따른 문제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돌파에 따른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Fed의 긴축 기조,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500원대를 뚫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수출 경쟁력 하락은 물론 국내 물가 상승세 장기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9.7원 오른 1419.0원에 출발해 오전 장중 1420원선대를 돌파했다. 환율이 142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3월31일(장중 1422원) 이후 약 13년 6개월 만이다.
원/달러는 오후 1시 기준 1429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한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대외여건 악화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졌고,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추가적인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내 경기는 소비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둔화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성장 흐름이 약화하고 있다. 수출이 큰 폭으로 축소되는 등 투자 회복도 예상보다 더딘 모습”이라며 “내년에도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은은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의 긴축 강화와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대외요인에 기인한다”면서 “우리나라 대내외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과거 두 차례 위기(외환·금융위기)와 다르다”고 분석했다.
환율 변동성 심화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이 커졌다. 기업들은 환율 급등 여파로 올해 매출액이 다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영입이익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와 외환당국은 환율방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대적인 시장 개입을 선언한 것으로 당장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를 지원해 달러당 원화값 하락세를 진정시킬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수출업체 선물환 매도 수요를 흡수해 시중에 달러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외화 자금시장과 외환시장 환율(원화값)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외환당국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등을 활용해 선물환을 직접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원화값이 오른 가운데 환손실 발생을 사전에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조선사들은 경우 통상 해외 선사로부터 고가의 선박을 수주하면 대금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 받는다. 당국은 특정 가격에 달러를 팔아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원화값 하락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추가로 2조1235억달러(약 3021조원) 규모의 민간 해외 금융자산을 국내로 되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 지난달 해외 투자자가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순매입한 달러 규모는 60억달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는 원화값 하락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대표 방안으로 꼽힌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로 한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양국 기준 금리 역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면서 한은이 ‘빅스텝’에 나설지를 주목하고 있다.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400원을 돌파하면서 빅스텝 단행이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 시기, 경로에 대해 금통위원들과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며 “환율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과도하게 괴리돼 움직일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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