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 IPO 앞두고 삼성 지분 참여
매각보다 단순 전략적 제휴 가능성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비전펀트 투자 실패 이후 역대 최대 분기 적자를 메우기 위해 ARM IPO를 준비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ARM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영상 캡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비전펀트 투자 실패 이후 역대 최대 분기 적자를 메우기 위해 ARM IPO를 준비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ARM 매각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소프트뱅크 실적발표 영상 캡처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번주 ARM 투자에 대한 담판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예상대로 컨소시엄 형식의 투자가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손 회장은 지난 1일부터 한국을 방문 중이다. 방한 목적이 비즈니스라고 밝힌 그는 일주일간 머물면서 ARM 매각 논의를 이 부회장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번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삼성과 ARM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2009년부터 교분을 쌓은 점을 감안하면 이미 의견 교환을 나눴고 세부사항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ARM은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75%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 설계자산 기업이다.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를 삼성전자, 애플,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등 대부분의 반도체 사용기업에 공급 중이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손 회장이 ARM 매각을 준비하는 이유는 비전펀드의 투자실패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적자인 30조5000억원가량을 기록했다. 우버와 알리바바 지분 급매각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ARM 매각이 가장 결정적인 카드가 될 수 있는데 ARM이 시장에서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 반도체 중립지대로 알려진 ARM은 특정 반도체 기업이 인수할 경우 관련 시장 구도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덕분에 관련 규제당국에서도 ARM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들에게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ARM을 인수하려던 엔비디아도 이런 규제를 넘지 못해 인수에 실패한 바 있다.

이어 나온 시나리오는 실탄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 인수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규제망을 피할 수 있지만 라이선스 지불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지분을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과 나눠야 하기에 아키텍쳐 라이선스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컨소시엄이 가장 현실성있는 방안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방안은 손 회장으로부터 ARM 지분을 일부 확보해 전략적협력을 맺는 것이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손 회장과 ARM 영향력 확보에 필요한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 부회장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양사 협력을 강화하면 라이선스 가치를 올리고 기업공개까지 달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세한 건 이 부회장과 손 회장의 공식적인 발표 후 공개될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와 양사 이득을 모두 고려한다면 전략적 기술 제휴가 가장 유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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