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3년 만에 방한 손 회장과 면담
ARM 협의...구체적 M&A 논의는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19년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019년 한국을 찾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만찬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방한 중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인수합병 관련 내용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한국을 찾은 손 회장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지난 4일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의 회동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사장,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르네 하스 ARM 최고경영자(CEO) 등이 동석했다. 이들은 회동이 끝난 뒤 만찬도 함께했다. 

애초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ARM 매각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협력관계 강화 외 M&A와 관련 구체적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RM은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으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반도체 설계 핵심기술을 보유했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화웨이 등이 주요 고객사다.

앞서 이 부회장 지난달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손 회장께서 서울에 오시면 그때 우선 제안 하실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후 삼성전자가 ARM 인수작업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손 회장 역시 외신을 통해 “삼성전자와 ARM을 위한 전략적 동맹을 논의하고 싶다. 서울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밝히면서 인수합병(M&A)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빅딜’과 관련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사실상 원활한 인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독 인수의 경우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규제당국 심사를 뚫는 것부터가 난관으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조원대에 달하는 가격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는 부담이 따른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들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단독으로 ARM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공동 컨소시엄 구성의 경우 단독 인수 대비 사업적으로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메리트는 떨어진다. 

일각에선 인수 자체를 포기하고 회사가 ARM 지분을 확보해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현재 ARM 지분은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각각 75%, 25%를 보유 중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ARM 인수 여부는 여전히 큰 관심사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이 M&A 추진에 대해 재차 언급하면서다.

한 부회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전(KES)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M&A 진행 상황에 “보안 사안”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기업 인수합병이 활성화돼야 서로 성장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현재도 M&A 기대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공동 컨소시엄을 통한 인수다. 실제 SK하이닉스와 인텔, 퀄컴 등은 ARM 공동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올해 3월 열린 SK스퀘어·SK하이닉스의 주주총회에서 “여러 국가의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확보로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ARM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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