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발 빠른 인사 단행… 여성·현장 중심 파격적 발탁
인사 늦춘 신세계, 강희석·송희섭 대표 거취 문제 고심
삼성, 이재용 부회장 승진·문책성 인사 가능성에 '촉각'
롯데, 변화와 안정 선택기로… 혁신·쇄신 초점 맞출 듯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기업의 정기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연말까지 주요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경영환경이 어려운 만큼 임원들에겐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전날 임원인사를 단행하면서 정기인사 스타트를 끊었다. 앞서 대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영 불확실성 대응을 위해 임원인사를 앞당기는 추세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환율 급등과 고금리, 글로벌 경기침체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선제적 전략 마련에 필요성이 커졌다. 실제 기업들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경영계획을 수립하려는 모습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인사에서 ‘포지션 중심의 인사체계’를 새롭게 도입했다. 포지션의 가치와 적합도에 따라 임원의 승진과 이동이 결정되고 보상 수준도 변화한다. 임원 호칭도 기존 상무나 전무가 아닌 담당, 본부장 등 수행하는 직책으로 변경된다.
한화에너지 1명, 한화임팩트 1명, 한화토탈에너지스 7명, 한화테크윈 4명의 신규 임원이 탄생했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김동선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1980년대생 김혜연(41)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프로와 정눈실(43) 전략부문 프로는 임원 자리를 꿰찼다.
현장 중심의 인재가 발탁된 점도 파격적이다. 현지 채용으로 입사한 조지 본듀란트(54)와 혹관 리(48)는 각각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 미국 아즈델 법인과 큐셀부문 말레이시아 법인장을 맡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올해부터 직책 호칭을 변경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했다”며 “앞으로 글로벌사업 확장에 대비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신규 승진자를 핵심 포지션에 집중 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축 계열사 인사를 얼추 마무리 지은 한화와 달리 정기 인사를 앞둔 주요 그룹 임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흐르는 분위기다. 3분기 각 기업의 실적 발표와 맞물릴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곳은 삼성과 신세계그룹이다.
유통업계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유독 빠른 인사를 단행해왔다. 핵심 계열사의 대표인사 교체 여부가 관심사다.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등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강희석 대표의 경우 온·오프라인 사업 부진에 따른 교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그는 2020년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로 취임 후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를 이끌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SSG닷컴의 기업공개(IPO)까지 내년으로 밀렸다.
실적 면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이마트 영업이익은 7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초 이달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던 신세계그룹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를 들며 거취 문제를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임기가 2025년까지인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대표의 거취도 주목받는다. 송 대표는 스타벅스에서 증정품으로 제공한 서머 캐리백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논란에 휘말렸고,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매출을 냈던 수장들을 교체했던 삼성전자 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의 승진과도 얽혔다. 그는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한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으며,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승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뉴삼성’ 구축을 목표로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재를 발탁해왔다. 올해도 부사장과 상무급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광복절 사면복권된 후 경영 전면에 나선 가운데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 7일 올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신형 폴더블폰 흥행과 반도체 분야와 관련 공격적인 사업 추진에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7.1% 급감했다. 최근 반도체 매출액 기준 글로벌시장 1위마저 대만 TSMC에게 뺏기며 문책성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에 자리도 위태롭다. 노 사장은 폴더블폰 성공시대를 열었지만, 올 2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에 성능제한 옵션인 ‘GOS’를 강제로 실행해 성능을 제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온 당사자다.
삼성 외 SK, 현대자동차, LG그룹은 예년과 비슷한 시기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는 이들 그룹에서도 신사업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이에 지난해와 같은 세대교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그룹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기업 중 하나다.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이영구 롯데제과 대표,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 이갑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 최경호 코리아세븐 대표,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 김교현·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 등의 임기 만료가 내년 3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롯데 역시 신사업 경쟁력 강화와 해외사업 추진에 힘을 준 상태로 전면적인 세대교체 작업을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 지난해 한 차례 파격적인 외부 영입을 실시하는 등 경영환경 변화에 맞춘 쇄신과 혁신을 위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대표들과 임원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승진 여부도 올해 정기인사 관전 포인트다.
두 사람 모두 실질적으로 그룹 전반을 총괄해왔지만, 오랫동안 부회장 직함을 유지 중이다. 최근 고물가와 더불어 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기업에서 역할론이 증대되는 등 올해가 승진 적기라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의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는 등 기업별 인사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부진했던 사업을 책임졌던 인사들의 경우 교체를 통해 변화를 꾀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확대에 나선 기업들에서는 급속히 변화는 시장 환경과 불확실성 대응을 목적으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미래사업을 이끌 젊은 인재 발탁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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