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불안에 상환 조건 충족 못해
미상환잔액 1년 전보다 50% 증가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국내 출시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결합상품 다수가 대거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회수도 장담이 어렵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으로 인해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영향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연계 ELS 자사 상품들이 손실 발생 구간(낙인·knock-in)에 들어갔다고 공지했다.
국내에선 홍콩H지수와 함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지수, 유로스톡스(EUROSTOXX)50지수 등이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활용된다. 보통 3년으로 만기를 설정하고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 여부를 평가한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집계한 전날 기준 ELS 미상환 잔액은 44조65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0.04% 늘었다.
세부적으로 지난달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의 미상환 발행 잔액은 21조187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4.38% 늘었다. 유로스톡스50지수와 S&P500도 각각 72.06%, 56.74% 증가했다.
증권사들도 잇따라 ELS의 손실 가능성을 경고한다. NH투자증권은 전날 ‘공모 ELS 20423회’에 대해 기초자산인 홍콩H지수가 원금 손실 기준을 뜻하는 ‘낙인 배리어’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월22일 발행된 이 ELS의 홍콩H지수 최초 기준가는 1만1677.45, 낙인 배리어 가격은 최초 기준가의 50%인 5838.7250으로 각각 설계됐다. 비슷하게 설계된 NH투자증권의 다른 ELS 상품 2종도 같은 날 낙인 배리어에 진입했다.
KB증권 역시 ‘KB able ELS 제1787호’, ‘KB able ELS 제1605호’ 등의 손실구간 진입 사실을 알렸다. 이들 상품은 홍콩H지수가 1만~1만1000선의 최초 기준가 대비 절반 이상씩 떨어져 낙인 배리어에 들어왔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공모 ELS 29820회, 29756회, 29831회), 삼성증권(제27105회 파생결합증권, 제27142회 파생결합증권), 키움증권(제1747회 파생결합증권) 등도 홍콩H지수와 연계 ELS 상품의 낙인 배리어 진입 사실을 공지했다.
ELS는 특정 종목이나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만약 주가가 크게 하락해 증권사가 설정한 원금 손실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한 정도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현 시점에서 증권시장의 회복 시기를 단언하기는 어렵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침체 이슈와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통상 ELS 만기는 3년이다. 2024년까지 주가가 회복돼야 손실을 줄이고 최소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게 된다. 증시 부진의 배경이 된 금리 인상 기조의 변화가 나타나고 지수가 오름세로 돌아설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만족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며 “다만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높은 실질금리 환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부정적 환경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