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11월 발행 상품 대부분 낙인 배리어 발생
금리 인상 등 글로벌 긴축 기조로 증시 부진 이어져
손실 낮아지려면 2024년 만기때까지 주가 반등 필요

증시 부진이 계속되자 ELS의 원금손실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시 부진이 계속되자 ELS의 원금손실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며 증시 부진이 계속되자 ‘중위험 중수익’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원금손실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이 같은 사례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이날까지 총 16개 ELS에서 ‘낙인 배리어’(Knock-In Barrier·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가격 기준)가 발생했다고 공지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 사이에 설정됐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도 4개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ELS는 기초자산에 연계되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코스피와 같은 지수 또는 일반 주식으로 설정된다. 해당 기초자산이 일정 범위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날 낙인이 공지된 한국투자증권의 ‘TRUE ELS 제14542회’의 경우 네이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연 9.00% 수익추구 상품이다. 만기는 3년에 최초 기준가격의 95% 이상 시 중도상환이 가능하다. 투자 기간 중 최초기준가의 52%의 미만으로 하락 시 원금손실이 발생한다.

증시 부진이 길어지면서 기초자산으로 설정된 네이버 주가가 하락을 지속하자 원금손실 위험 상황까지 직면했다. 올해 37만9000원으로 시작한 네이버 주가는 전날(20만6500원)까지 45.51% 급락했다. 최초 기준가(지난해 11월12일 기준 40만9000원)의 52%(21만2680원)를 밑돌며 원금손실 위험에 직면했다.

종목이 아닌 지수를 쫓는 ELS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으로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미상환잔액은 16조763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1조4983억원)보다 45.8% 급증했다. 올해 초인 1~3월 당시 11조~13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최대 5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기초자산인 코스피200 지수가 하락하며 미상환잔액이 증가했다. 지난 1월3일 395.51포인트로 시작했던 코스피200 지수는 지난 6월23일 종가 기준 305.45포인트로 52주 최저점을 기록했다. 올초 대비 22.8% 하락한 수준이다. 

조기상환 조건을 맞추려면 ELS 상품이 구성되는 시점에 지수가 올라야 하는데 최근 6개월 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조기상환에 성공한 상품이 등장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미상환잔액 규모도 커졌다.

문제는 증시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ELS 손실 우려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하며 신중한 투자를 강조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경기침체 이슈와 주택 관련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를 표명하는 등 여전히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달러 강세, 장기 국채 금리 하락 등이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해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고강도 긴축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 경기 모멘텀 약화라는 이중고에 상당 기간 시달릴 수밖에 없음이 다시 확인됐다”라며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내년 1분기까지 하락 추세를 보일 수 있어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통상 ELS 만기가 3년인 점을 감안하면 2024년까지 주가가 회복되어야 손실을 줄이고 최소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현재 낙인이 진행된 ELS 대부분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사이에 출시된 상품인 점을 고려하면 증시 회복은 필수불가결 요소다. 결국, 증시 부진의 배경이 된 금리 인상 기조를 지켜봐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남은 회의를 기준으로 1.25%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위원들이 9명, 1.00%포인트 인상을 전망한 위원들이 8명”이라며 “1.25%포인트를 인상할 경우 11월에 0.75%포인트, 12월 0.50%포인트 인상 경로가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어 “1.00%포인트 인상은 11월 0.75%포인트, 12월 0.25%포인트 인상 혹은 11월 0.50%포인트, 12월 0.50%포인트 인상의 케이스를 생각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는 2024년부터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이 만족할 만큼 인플레이션이 떨어지기 위해서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추가 하락이 필요하다”며 “다만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은 높은 실질금리 환경을 의미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위험자산은 압박받는 환경이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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