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발 강력한 에너지 규제, 8K TV제조사 영향권
글로벌 시장점유율 70% 삼성전자, 대응책 모색
8K협회 "제조사는 물론 공급 파트너까지 영향"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유럽연합(EU)이 2023년 3월부터 ‘8K(7680x4320) TV’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등에 대한 에너지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은 8K 해외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오는 내년 3월1일부터 8K TV와 마이크로 LED TV 등에 에너지효율지수(EEI) 0.9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EEI는 스크린 면적과 전력 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지수다.
관련 업계는 기본 전력 소비량이 높은 8K·마이크로LED TV 특성을 고려하면 EU의 기준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강화된 EU 에너지효율 기준으로 한국산 프리미엄급 8K TV 수출길이 막힐 위기에 처했다.
실제 8K TV의 경우 빛을 투과하는 면적이 작아 밝기를 내기 위해선 기존 4K TV 대비 많은 전력이 필요하다. 4K TV보다 약 4배 선명한 해상도를 낼 수 있지만, 에너지효율 기준을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생산하는 8K TV 제품은 EU 기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집계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 세계 8K TV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63.1%, LG전자 5.5% 수준이라는 점이다.
유럽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인 이들 기업에 우려가 커졌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8K TV 모두 EU가 새롭게 적용하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맞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보통신(IT) 매체 디지털트렌드는 “현재 제조되는 8K TV의 경우 EU가 제안한 기준을 통과할 정도의 낮은 EEI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규제 개정안 발효 전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EU에서 팔 수 있는 8K TV는 한 대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의 규제 강화안을 두고 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들이 참여한 8K협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당장 내년 3월까지 EU의 기준에 맞게 전력을 줄이기는 시간도 촉박하다. 8K TV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정부, 8K협회와 공동 대응에 나섰다. 내년 규제 시행 전까지 8K와 마이크로LED TV에 적용되는 EEI 측정방식 완화, 규제 적용 유예 등을 검토해줄 것을 EU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8K협회는 “디스플레이 EEI를 결정하는 데이터가 2012~2017년 사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8K·마이크로 LED와 같은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EU 규제는 TV 제조업체와 공급 파트너, EU의 전문 및 소비자시장 통합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기준이 시장수요나 업계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규제라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협회도 이와 관련 8K 콘텐츠와 디스플레이는 의료 영상, 기업, 디지털 사이니지, 과학 시각화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소비자들에 서비스 이용 권한까지 제한하는 조치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