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낙찰률 17.8%, 21년 9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강남·목동·흑석동 등 경매 주인 못 찾아… 감정가 '뚝'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감정가가 떨어지면서 시세차익을 수요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감정가가 떨어지면서 시세차익을 수요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부동산 매매시장과 전세시장 모두 침체기에 빠진 가운데 경매시장도 얼어붙었다.

집값 하락 우려 등이 커지면서 지난달 경매에 나온 서울 아파트 10채 중 8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무주택자들의 경우 경매시장을 통해 내집의 꿈을 이룰 수도 있을 전망이다.

9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는 총 107건 진행됐다. 이 중 19건만 낙찰돼 17.8%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전월(22.4%) 대비 4.6%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21년9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2월(99.9%)을 제외하고 모두 100%를 넘겼다. 경매에 나온 대부분 아파트가 감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된 것이다. 그마저도 시세보다 저렴해 차익을 기대하는 수요자들이 경매에 큰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올해부터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인상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 등이 맞물리며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졌고 경매시장에도 찬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올 2월 97.3%로 떨어진 뒤 올 9월(89.7%)에는 90%선 마저 붕괴됐다.

인기지역인 서울 강남과 목동, 흑석동 등에서도 응찰자가 없어 유찰행렬이 이어졌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1차 전용면적 114㎡(4층)는 올 9월 감정가 21억원에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고 이어 16억8000만원에 재입찰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양천구 목동 목동신시가지 7단지 전용면적 101㎡는 감정가 26억2000만원에서 두 차례 유찰됐다. 올 12월에는 1차 대비 9억4320만원 하락한 16억7680만원으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4㎡도 16억9000만원에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유찰돼 오는 22일 13억5200만원에 재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인 강남 일대는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경매 물건이 인기가 높아 그래도 한번 유찰되고 두 번째에 감정가의 90% 수준에서 낙찰됐다"며 "하지만 그 외 지역은 두 차례 유찰도 흔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매단지의 가격이 급락하자 내년을 노리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수요자도 많아질 전망이다. 경매물건의 감정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산정돼 현재 나오는 물건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 정도의 가격을 기준으로 감정가가 책정된 상태다.

내년 중순 이후 올해 하락세를 반영한 물건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고 금리인상 여파를 견디지 못한 ‘영끌족’의 물건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는 높지만 매매시장을 노리는 것보다는 투자를 고려할만 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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