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코인 두 자릿수 하락
유동성 위기, 72시간 동안 60억달러 '뱅크런'
코인업계, 도미노 붕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로 코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며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코인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사진=FTX 유튜브
글로벌 디지털자산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로 코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며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코인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사진=FTX 유튜브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글로벌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로 코인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이번 사태로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코인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디지털자산 시장이 안정을 찾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하며, 다른 글로벌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밝혔다.

10일 글로벌 디지털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오전 10시4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12.12% 하락한 1만6229.38달러에 거래 중이다. 한때 낙폭을 키워 1만5708.91달러까지 밀리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1만5000달러선으로 주저앉은 건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24시간 전 대비 14.01% 떨어진 1140.49를 기록 중이다. 이외 폴리곤(17.71%), 바이낸스코인(16.42%), 도지코인(13.77%), 리플(13.35%) 등 대부분의 디지털자산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는 FTX다. 이 회사가 발행한 코인 FTT는 전날 80% 가까이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55% 넘게 추락했다.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솔라나는 40% 이상 빠졌다.

앞서 관계회사의 재정 부실 우려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FTX에서는 최근 72시간 동안 무려 60억달러(8조2000억여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8일(현지시간)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번복하면서 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

바이낸스는 성명을 통해 “기업 실사 결과, 미국 규제 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관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 내용을 참고해 우리는 FTX의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처음에는 FTX의 고객들이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었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거나 도울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바이낸스는 8일(현지시간)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으나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번복하면서 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 사진은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바이낸스 유튜브
바이낸스는 8일(현지시간)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으나 하루 만에 인수 의사를 번복하면서 시장의 공포심을 키웠다. 사진은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 사진=바이낸스 유튜브

전문가들은 FTX 유동성 위기로 전반적인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코인 시장이 쉽게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디지털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9일(현지시간) 이번 FTX 사태와 관련, “이런 시장 역학은 거래자들이 전염 위험에 반응해 코인 시장을 겁먹게 했다”고 보도했다. 조 디파스퀄 비트불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FTT 토큰은 복구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다른 토큰들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FTX 유동성 위기가 다른 글로벌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FTX 거래소의 유동성 위기가 개별 기업 이슈로만 마무리된다면 별일이 없겠지만 올 연초까지만 해도 300억달러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기업이 1년도 채 안 된 사이에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다는 건 시장 내 신용 관련 이슈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3월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역사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속도와 결단으로 긴축 정책을 진행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채무자)들의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FTX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9일(현지시간) CNBC 방송은 “곤경에 처한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매입할 다음 타자가 누구일지 불분명하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디지털자산 월렛 제조사 렛저의 파스칼 고티에 CEO는 CNBC에 출연해 “이 사건은 그 누구도 ‘절대 망하지 않는다’란 법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FTX는 손 쓸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까지 위기를 겪자 디지털자산 업계는 도미노 붕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고 CNBC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지난 2일 코인데스크가 FTX 자회사 알라메다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상 총자산이 대부분 FTT로 채워져 있고, FTT를 담보로 한 활동을 많이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FTX가 자체 코인 FTT를 발행하면 알라메다가 대부분을 매입해 가격을 올리고 대차대조표상 이익을 얻은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FTT가격이 무너졌을 때 FTX뿐 아니라 알다메다, 알다메다와 FTT 담보로 엮인 다른 업체들도 한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 상황에서 창펑자오 바이낸스 CEO는 “루나 사태에서 배운 리스크 관리”를 하겠다며, 바이낸스 장부에 남아 있는 FTT를 청산해 사태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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