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만 해도 업계에 1조원 투자하며 큰 손 등극해
코인런 발생에 10일도 버티지 못하고 파산 신청
디지털자산·거래소, 미국 파산법상 보호 대상 아냐
개인투자자, 자칫하면 원금 100% 손실 가능성도

[서울와이어 유호석 기자] 디지털자산(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지난 11일(현지시간) 파산했다. 부채만 해도 한화로 66조원에 달하는 규모이며, 규모면에서 세계 3위에 올랐던 거래소다. 지난 5월 루나·테라 사태 이상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지난 6월만 해도 유동성 위기에 빠진 디지털자산 기업들에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해주며 업계의 큰 손으로 자리했다. 이달 초 자체 발행 디지털자산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 받아 몸집을 키운 것이 드러나면서 ‘코인런’이 발생했고 열흘도 채 버티지 못한 채 결국 쓰러졌다.
14일 디지탈자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FTX와 관련 국내 피해 규모는 정확하게 잡히질 않는다. 모두 추정일 뿐이다.
현 시점에서 국내 피해 유형은 총 세가지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통해 FTX의 디지털자산 FTT에 투자한 사람 ▲FTX 거래소 이용자 ▲벤처캐피털(VC)이나 코인 관련 업체 등 어떤식으로건 FTX와 거래가 있던 기업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투자자들의 디지털자산 거래소를 통한 FTT 구매 규모를 20억원 가량으로 추정한다. FTX의 부채 등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진짜 문제는 FTX를 이용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다. 당최 몇 명이나 되는지조차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FTX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순 이용자수(MAU) 수는 1만140명이다. 와이즈앱은 1만6028명으로 집계했다. 게다가 이는 앱 이용자만 놓고 본 것이다. PC 이용자는 산출조차 되질 않는다.
확실한 투자자 숫자부터가 집계가 되질 않으니, 이들이 FTX에 입금하고 거래했던 자산의 규모는 알 길이 없다.
디지털자산시장은 제도권 금융과 달리 지급준비율(지준율)이 없고, 예치금을 돌려받기 어렵다. 특히 디지털자산과 거래소의 경우 일반 금융기관과 달리 미국 파산법상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서 자칫하면 한 푼도 건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경우 채권자로서 우선순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 회수는 요원하다.
심지어 FTX에서 다량의 디지털자산이 해킹된 것으로 전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회사 난센을 인용, FTX의 코인 거래 플랫폼 FTX 인터내셔널과 FTX US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6억6200만달러(8700억원) 규모의 디지털자산이 유출됐다고 전했다.
라인 밀러 FTX 법률고문은 트위터를 통해 “FTX 계좌 잔고들의 통합과 관련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조사 중”이라며 고객에게 FTX 앱을 삭제하고 홈페이지 방문을 중단할 것을 공지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크립토 윈터(디지털자산 시장의 하락기)가 길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테라발 유동성 위기에 이은 2번째 위기가 등장하면서 한동안 크립토 윈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자칫하면 이번 사태가 기존 금융사, 글로벌 VC를 비롯한 기관투자자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헀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 또한 “이번 사태는 FTX 거래소의 자산 부족과 운영상 부정 문제 등이 원인이지만 고강도의 긴축과 이에 따른 시장 내 유동성 부족이라는 매크로적 상황, 그간의 디지털자산 업계에서의 무리한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 투자 행위 등이 가져온 결과”라며 “디지털자산 시장도 한동안 디레버리징 작업이 진행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기존 프로젝트의 쇠퇴와 더불어 신규 사업의 부상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서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컴투스의 경우 FTX에서 자체 가상자산인 C2X의 코인거래소공개(IEO)를 진행한 바 있다. 상당량의 코인이 FTX거래소에 보관 돼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컴투스홀딩스 등 컴투스 그룹은 FTX 거래소와 관련해 직접 투자한 바가 없어서 재무적 손실은 전혀 없다고 이날 밝혔다. 또 컴투스홀딩스가 주도하는 글로벌 블록체인 메인넷 XPLA(엑스플라)가 최근 발생한 FTX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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