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건설규모 두고 노사 간 ‘대립각’
기아 2030년 PBV시장 1위 목표 흔들

기아 노사가 경기도 화성공장 내 신설되는 목적기반차(PBV) 전용 공장 건설 관련 규모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
기아 노사가 경기도 화성공장 내 신설되는 목적기반차(PBV) 전용 공장 건설 관련 규모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사진=기아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기아가 25년 만에 짓기로 한 국내 완성차공장이 노조 ‘몽니’에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화성 공장 내 목적기반차(PBV) 전용 공장 신설에 대해서 노사가 규모를 두고 이견차를 보이면서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3월 PBV 전용 공장 구축 계획과 함께 일정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내년 3월 착공을 시작해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노조의 제동으로 사업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사측은 PBV시장의 빠른 진입과 점유율 확보를 위해 초기 연산 10만대를 생산하고, 이후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조 측은 이와 관련 초기부터 20만대 규모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 입장에서는 생산 대수가 많아질수록 일감이 늘어나 애초에 규모를 키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사측에선 규모가 커질 경우 라인 구축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본다. 이에 PVB시장 진입이 지체돼 점유율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현재 화성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은 사측과 노조 간 대립으로 당초 계획보다 착공과 완공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기아는 이와 관련 화성공장장 명의로 “신공장 건설 일정이 지연돼 관련 부서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노사 협의를 재개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보내기도 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송민수 기아 화성공장장까지 나서 “사전공사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노조에 호소했다. 전기차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공장 건설이 지연될 겅우 기아가 글로벌 완성차기업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노조와 대립으로 기아의 2030년 글로벌 PBV 판매량 150만대 달성, 시장 1위 목표도 틀어지게 됐다. 회사 전기차 전환이 노조에 가로막힌 상황을 두고 비판에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와 해외 신공장 설립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내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조지아주에 짓기로 한 전기차공장은 부지 확정부터 착공까지 걸린 기간은 3개월이다. 이처럼 속전속결로 이뤄지는 공장 건설 관련 회사는 국내에서 번번이 노조 눈치를 봐야 한다.

일각에선 기아가 국내 신공장 건설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회사는 미국에서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전환해 전기차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라인 전환에 따라 2024년부터 현지에선 EV9이 생산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완성차기업 공장 유치전이 치열하다”며 “국내에서는 공장 건설, 이전 문제 등에는 노조 협의를 거쳐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선 굳이 한국에 공장건설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사측도 이를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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