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 마련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힘을 쏟는다. 급변하는 글로벌경영 환경 대응에 있어 두 가지는 필수적이다. 미래 기업가치 상승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올해 각 기업은 이를 주요 전략으로 꼽으며,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성장동력 육성과 ESG경영을 핵심축으로 삼아 경영환경 불안 등의 파고를 넘어선다는 각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산업구조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서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앞서 가전업계는 전기료 부담 완화를 위해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또한 기업들은 중소기업, 협력사와 상생도 핵심 가치로 띄웠다. 삼성 등 대기업들은 지난 연말 국내에 닥친 경제 한파에도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에 앞장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바탕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경제 한파 직면 주요기업 ‘고객경험’ 혁신 가속화
매년 연말과 연초 나오는 기업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의 신년사지만, 올해는 기존과 다소 달랐다. ‘위기’라는 말이 자주 언급됐다. 이에 올해 큰 틀에서 주요 기업들의 경영 방향은 내실 다지기와 신사업 경쟁력 고도화에 맞춰질 전망이다.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찾기 위한 시도 역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각 사 수장들의 경영 능력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이들은 위기 극복에 총력전으로 나서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5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신년사를 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객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고객을 진정한 회사의 ‘찐팬’으로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각 계열사는 고객 경험 혁신에 속도를 냈으며, 신사업 추진 방향도 고객 경험에 맞춰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을 지속 추진 중으로 3대 신성장 동력 사업화 추진 속도를 높여 성과를 창출하는 해로 만들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연차총회 연설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미룰 수 없는 전 인류의 문제이자 고객과 시장의 기준”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회사는 이에 맞춰 공급망 ESG관리 등 기업활동 전 과정에서 탄소 감축에 선제적으로 나섰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부회장은 올해를 ‘신환경경영전략’ 본격화 원년으로 삼았다. 이어 한 부회장은 “고객의 마음을 얻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더욱 과감한 투자를 예고했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과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가전솔루션 스마트싱스 등을 전면에 내세웠고, 자사 제품 사용이 지구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이와 관련 원료부터 폐기까지 제품 전 주기 자원순환 극대화에 주력한 상태다. 기존 삼성전자 전 세계 사업장을 통틀어 지난해 기준 가장 많은 전력(25.8TWh)을 사용하는 이른바 ‘에너지 공룡’이라 불렸다.

◆지속가능경영 체제 마련 목표… ESG 비전 강화돼
회사는 이미지 탈피를 위해서 친환경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해 지속가능한 성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있어 필수적 요소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초격차 기술력과 역량을 통해 글로벌 환경 난제를 해결하는 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승진 후 잇따라 협력사 사업장을 방문해 ‘동행 비전’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중소기업 등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직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가겠단 의지로 읽힌다.
올해 삼성 각 계열사는 ESG 범위를 사회 전반으로 넓혀 이를 내재화해 동행 비전을 한층 강화한다는 목표다.
‘넷제로’(탄소 순배출 0)에 대한 여정을 시작한 SK그룹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이산화탄소 저장·포집·활용(CCUS) ▲도심항공교통(UAM) ▲소형모듈원전(SMR) ▲수소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관련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사업보국’이라는 이념 아래 대우조선해양을 품고 국가 기간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우리나라 방산 무기 수출 활성화를 목표로 했다. 특히 업계에선 자금력을 갖춘 한화의 조선업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그룹도 인류가 직면한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발굴에 몰두했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영역을, 포스코는 친환경 소재와 미래 식량, 탄소중립 기술개발에 전념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신사업 강화는 물론 사회적 실천에도 책임 있는 자세로 다가섰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연말 기부금을 조성해 지역 내 독거노인, 저소득층 가정 등을 휘한 도움의 손길은 끊이질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열린 ‘신(新)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우리가 맞이한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의 위기와 과제 해결에 기업이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밝히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년사에서 위기 극복을 화두로 꺼낸 국내 대기업들이 기후변화 등을 가장 심각한 위기로 판단하고 있다”며 “한 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이자 경영 목표를 구체화한 것으로 복합경제 위기 속에서도 당면한 과제 해결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