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김종현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전투기 확보를 위해 폭풍 외교를 벌였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전투기나 장거리미사일 제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10일 유럽언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을 예고없이 전격 방문해 리시 수낵 총리와 회담한데 이어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동했다.
이어 9일에는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27개국 정상들과도 만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 중인 조국을 떠나 외교 강행군을 펼친 목적은 전투기 확보였다. 독일과 영국, 미국 등으로부터 주력 탱크를 얻어낸 우크라이나는 장거리미사일과 전투기로 눈높이를 키웠다.
특히 전투기의 경우 러시아군의 전략시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현상 고착'이 아닌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최종병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평화 없인 유럽의 평화가 없다"면서 전투기, 구체적으로는 최신예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나토의 주축국인 영국과 프랑스, 독일 정상으로부터 이에 대한 약속은 얻지 못했다.
수낵 영국 총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긍정적 뉘앙스를 풍겼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로부터는 희망적 언급을 듣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EU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동이 끝난뒤 기자들에게 "전투기 제공이 우선순위는 아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에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면서 "어떤 경우에도 전투기가 몇 주 안에 지원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네널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는 "전투기를 제공하는 문제가 비밀리에 논의되고 있다"고 했지만 어떻게 결론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EU 정상들을 만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다수의 정상들로부터 항공기를 포함한 무기 지원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약속'이나 '확답'을 받았다는 얘기는 없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유럽 정상들을 상대로 '전투기 지원 문제'를 시급한 현안으로 공론화했다는 데 의의를 둬야할 것 같다.
탱크 지원을 놓고 나토 국가들이 연출한 '핑퐁'과 러시아 눈치보기를 감안하면 우크라이나가 연내 전투기와 장거리미사일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럽 주요국과 미국은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지원할 경우 전쟁의 양상이 나토와 러시아의 대결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