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업계 작년 하반기 톤당 10만원 인하 합의
협상 초기부터 험로 예고…서로 입장차 뚜렷
장기전 불가피, 최대변수는 글로벌 원자재값

국내 철강, 조선업계간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둔 협상이 시작됐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협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국내 철강, 조선업계간 올해 상반기 후판가격을 둔 협상이 시작됐다. 양측의 입장 차가 큰 만큼 협상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진=현대제철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사들이 올해 상반기 선박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했다. 글로벌 원자재가격 흐름에 따라 가격이 좌우돼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도 있는 만큼 협상 초기부터 양 업계 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기업들은 조선사들과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이들 업계는 후판 가격을 톤(t)당 10만원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가격 폭등세가 한풀 꺾인 탓이다. 

현재 후판값은 톤당 120만원 수준이다. 후판은 6㎜ 이상의 철판으로 선박 총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자재로 매년 철강사와 조선업체들은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한다. 

조선사들은 최근 선박 수주 호황세 속 올해 흑자 목표 달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선 후판가격이 반드시 인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판가격은 그간 조선업계 수익성 악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흑자전환 달성 목표엔 최소한의 가격 안정화가 필수다. 

앞서 2020년 톤당 60만원 수준이던 후판가격은 두 배가량 올랐다. 가격 인상은 고스란히 조선사 손실로 이어졌고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분기 공사손실충당금으로 1400억원 이상을, 삼성중공업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분 800억원을 영업이익에 선반영한 바 있다. 

결국 조선 빅3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조선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철광석 등 원자재가격 하락 추세에도 이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조선사들은 이와 관련 원자재가격 흐름 등을 이유로 후판가격 인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적 타격을 입은 철강사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 등은 국제 철광석 가격 변동 폭을 예의 주시 중이다. 하락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철광석 가격이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것은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글로벌 철광석 가격은 이달 3일 기준 톤당 127.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말 톤당 79.5달러 대비 약 60% 뛰었다. 경치침체 여파에 직격탄을 맞은 철강업계에선 상반기 협상에서 가격 인하 불가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철광석 가격은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로 인한 경기 부양 기대감 등으로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매년 두 업계 간 협상은 서로의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져 평행선을 달리는 경우도 잦았다.

지속되는 수주 호황으로 흑자전환을 눈앞에 둔 조선업계에겐 추가적인 가격 인상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원재료의 가격 강세는 철강사 실적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올해도 협상이 예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 등으로 국제 철광석 가격이 한동안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생산, 인력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철강 제품가에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며 “올해의 경우 유독 양측 입장차가 커 각 기업에선 이미 협상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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