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사업부로 흡수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글로벌 콘텐츠기업 월트디즈니가 1990∼2000년대 영화 마블 시리즈를 통해 회사를 키워 디즈니에 매각한 아이작 펄머터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을 해임했다.
윌트디즈니는 29일(현지시간) 펄머터 회장을 비롯해 마블 엔터테인먼트 임직원 일부를 해고하고 마블 캐릭터 상품 판매 등의 사업을 디즈니 내 사업부로 흡수한다고 밝혔다.
마블 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제작을 담당하는 ‘마블 스튜디오’와 별개로 디즈니 내 연간 매출 4000만~6000만달러(약 521억∼782억원)에 불과한 작은 조직이다. 다만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이끌었던 펄머터 회장은 디즈니 주식을 가장 많이 가진 개인 주주로 존재감이 컸다.
그는 1990년대 파산 위기에 놓인 마블 지분을 인수해 경영하며 10여년간 ‘엑스맨’과 ‘스파이더맨’ 등 인기 캐릭터를 영화 스튜디오에 라이선싱 방식으로 판매해 큰 수익을 냈다. 2009년에는 마블을 40억달러(5조2000억원)에 디즈니에 팔면서 주식을 취득해 디즈니의 최대 개인 주주가 됐다.
하지만 펄머터 회장은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여러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고 지난해부터 월가의 투자자 넬슨 펠츠와 손잡고 디즈니 경영권을 흔들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펄머터 회장은 당초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마블 스튜디오 사장도 겸임하고 있었으나 영화 제작자이자 현 마블 스튜디오 사장인 케빈 파이기와 불화를 겪다 2015년 스튜디오 사장직에서 해임됐다.
당시 펄머터 회장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 비용을 너무 많이 쓴다고 불만을 제기했고 지난해에는 속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제작 비용을 놓고도 트집을 잡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개봉 후 9억5600만달러(약 1조25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런 이유로 지난 10여년간 디즈니 내부에서는 펄머터 회장을 방해꾼으로 여겨왔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펄머터 회장과 아이거 CEO의 정치적 견해 차이도 두 사람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짚었다.
펄머터 회장은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고 차기 대선에서도 트럼프를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인 아이거 CEO는 디즈니 영화를 진보적 가치를 전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고 NYT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