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건설업계 '구원투수'로 등판
분양보증상품, 출시 이후 630만 가구 대상 110조원 공급해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올 1월 1692억원 돌려줘
13년 만의 적자에도… "국민들을 위한 제도 지속 운영한다"

HUG는 서민 주거안정과 더불어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평가된다. 사진=HUG 제공
HUG는 서민 주거안정과 더불어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평가된다. 사진=HUG 제공

공기업은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부터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공기업의 방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내를 대표하는 부동산공기업을 파헤쳐보고 이들이 시장안정화를 위한 어떤 사업방향성을 선택했는지, 미래를 위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각종 보증업무 및 정책사업 수행과 기금의 효율적 운용·관리를 통해 주거복지 증진과 도시재생 활성화를 지원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보증보험을 제공하고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많은 기여한다고 평가받는다.

◆보증업무 '독점', 금융지원 앞장선다

HUG는 주택도시기금법에 근거해 설립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1993년 주택사업공제조합으로부터 시작됐다. 1999년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전환설립됐다가 2015년 현재 공사로 거듭났다. 국내 유일의 주택보증 전문기관으로 2000조원이 넘는 보증을 공급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도·파산 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건설사업장의 공사비용과 분양대금을 환급해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고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건설사에 유동성을 지원하며 고통을 줄였다. 분양보증 외에도 사업계획승인부터 사용검사 후 거주단계까지 주택사업 전 단계에 걸친 보증상품을 운용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부터 전세금안심대출보증, 리모델링자금보증, 주택임차자금보증, 주택구입자금보증, 임차료지급보증, 임대주택매입자금 보증 등이 대표적이다. 내집마련을 더 쉽게 지원하기 위해 맞춤형 개인보증 상품도 살펴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기존에는 분양가 9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대출이 가능했지만 분양가 상승 추이를 반영해 12억원 이하 주택 수분양자도 보증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HUG의 분양보증상품은 1993년 출시 이후 2021년까지 630만가구에 1108조원을 공급해 분양계약자를 보호하고 주택공급을 촉진시켰다. 현재 30가구 이상을 선분양하는 주택사업자는 HUG 분양보증을 받아야만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수 있다.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의 시공자 요건을 완화해 건설사들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500위 이내 건설사들만 보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해 말부터 700위 이내 건설사까지 확대됐다.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건설사가 보증지원으로 주택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HUG 관계자는 “분양보증과 전세보증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국민의 내집마련 꿈을 지키고 무주택 서민 임차인을 보호하는 등 국민 주거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지속가능한 정책사업을 수행하는 공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UG는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HUG는 최근 급증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고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피해자 구원', 전세사기 근절 나서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전세사기로 꿈을 잃어버린 피해자들이 나온다. 이들은 피땀흘려 마련한 자금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했지만 전세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한 순간에 길바닥으로 나앉게 됐다. 이에 HUG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HUG에 따르면 공사가 올 1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1692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월(523억원)보다 3.2배 증가한 금액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지난해 7월 564억원에 불과했던 대위변제액은 8월 833억원, 9월 951억원, 10월 1087억원, 11월 1309억원, 12월 1551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국토교통부 등은 올해 중 HUG가 갚아야 할 전세금이 만약 매달 1월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빌라왕’들의 전세사기가 적발되면서 HUG는 2022년 한해 동안 9241억원을 대신 갚아줬다. 지난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에 달했고 HUG는 2490억원(21%)밖에 돌려받지 못했다. 7000억원을 손해 본 것이다.

전세보증사고가 증가하면서 HUG의 재무구조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HUG는 지난해 1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보증배수도 법정 한도에 근접해 정부의 지원에 기대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HUG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재정 확충을 논의해 재무건정성을 유지할 계획이다. 많은 세금이 투여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세사기로 피해받은 국민들을 그냥 지켜볼 수는 없다는 행보다. 정부 출차를 통해 보증보험상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겠다는 게획이다.

HUG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부채비율이 90%가 넘어가는 주택에 대한 전세금 반환보증 한도를 낮추기로 결정했다.부채비율이 90%가 넘는 주택은 보증 한도를 기존 80%(신혼부부·청년 90%)에서 60%로 20%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국토부도 HUG와 협동해 전세사기 근절을 위해 사기꾼에게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 사기 가담 의심 중개사 전수조사를 통해 악성 중개사를 반드시 적발하고, 적발 시 자격취소(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무관용으로 일벌백계할 것”이라며 “공인중개사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업계도 자정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이병훈 HUG 사장 직무대행은 “올해 첫 번째 중점 과제로 HUG 피해 지원 대책들이 실행돼 피해자들이 실질적 혜택을 누리도록 꼼꼼히 살피겠다”며 “기존 틀에 안주하지 않고 전세사기 피해자의 심정으로 지원 확대를 지속 고민하는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지원 수단을 두텁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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