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꾸준한 산재사고 발생, 안전관리 미흡 지적
내부정보 활용 투기 사건, 근무이탈·태만 일탈행위 적발
신뢰반전 노린다… '안전 최우선 목표·기강 다잡기' 계획
교통안전 기술 적극도입… "모두를 위한 고속도로 구축"

한국도로공사는 과거의 실수를 덮고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도로공사는 과거의 실수를 덮고 신뢰받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공기업은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부동산시장에서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해부터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공기업의 방향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국내를 대표하는 부동산공기업을 파헤쳐보고 이들이 시장안정화를 위한 어떤 사업방향성을 선택했는지, 미래를 위한 대책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한국도로공사는 도로의 설치·관리 관련사업을 통해 정비를 촉진하고 도로교통발달에 이바지하는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국내 고속도로와 휴게소 등을 관리하며 국민들의 교통수단과 가장 밀접한 기관이다. 다만 부실시공과 한때 최대 사망 공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최대 발주처', 부실시공 논란까지

한국도로공사는 교통정보와 교통예보, 교통방송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불과 몇년 전까지 많은 비난을 받았다. 도로공사가 진행하는 사업 곳곳에서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안전 불감증’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발주청이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얻었다. 4분기에만 고속도로 제29호선 건설공사 제6공구에서 2명이 목숨을 잃었고 대관령지사 도로시설물 유지보수공사에서 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18년 6명, 2019년 6명, 2020년 4명, 2021년 5명의 산재사고가 발생하는 등 안전관리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2021년에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고속도로 개설 인근의 토지를 사들인 전 도로공사 전북본부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그는 2016년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설계 도면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했고 뒤늦게 사실을 확인한 도로공사는 2018년 해당 직원을 파면했다.

현장지원직이 근무지 무단이탈, 근무태만 등 일탈행위가 끊이질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광주지사에서 근무하는 현장지원직 8명이 2021년 6~7월 총 4차례 작업구간으로 가던 중 경로를 이탈해 시장을 방문하고 휴식을 취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들은 환경정비 작업도 수행하지 않았는데 일일작업현황을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김진숙 전 도로공사 임기 시절에는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가격 논란이 발생했다. 고물가 시대가 도래하면서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가격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치솟았고 국토부가 휴게소 음식값을 10% 줄이자고 제안했다. 악영향이 없도록 기획재정부와 합의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도로공사 임원들은 끝까지 거부했다.

지난달에는 경찰이 고속도로 차선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나섰고 부실시공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직원의 휴대전화까지 확보했다. 경찰은 고속도로 차선 시공업체들이 형광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춰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판단했다.

부실시공 의혹을 받는 고속도로 차선은 전국 20여개 구간, 240억원 규모에 달한다. 경찰은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이 이 같은 부실시공을 묵인해 준 정황을 파악해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압수물 분석을 통해 직원들이 묵인 대가로 금품 등을 받았는 지도 살필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는 디지털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한국도로공사는 디지털 시스템을 바탕으로 고속도로 안전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안전 강화 성과… 신뢰 반전 노린다

이처럼 도로공사에서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자 국민들은 많은 신뢰를 잃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즉각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사장 자리도 함진규 사장이 들어온 만큼 반전을 기대할 만 하다.

한국도로공사는 교통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안전인프라 확충과 교통안전 서비스 고도화, 대국민 안전운전 의식 개선 등을 통해 사망자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친 결과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연간 사망자 수는 100명대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76명 ▲2020년 179명 ▲2021년 171명 ▲2022년 156명 등이다.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2001년 일일 교통량이 252만대에서 지난해 485만대로 90% 이상 증가했으나 사망자 수는 597명에서 156명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도로공사는 교통안전 대책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으로 적용됐고 앞으로 사망사고를 더 줄여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도로공사는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5위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다양한 교통사고 예방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속도로 대표 안전시설로 자리잡은 ‘졸음쉼터’가 대표적이다. 2011년부터 활용된 휴게시설인 졸음쉼터는 전국 241곳에서 운영되는 중이다.

졸음쉼터는 휴게시설 간 평균 이격거리를 2010년 대비 약 35%(22.1㎞→14.5㎞) 감소시켜 운전자들이 언제든 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며 충분한 진출입로 길이 확보 및 파고라 등 편의시설 보완을 통해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국민들의 안전운전 의식 개선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도로공사는 주요 교통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TV·라디오 공익캠페인, 예능 프로그램 참여, 유명 인플루언서 협업 등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을 활용해 운전자에게 다채롭고 흥미 있는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내부 기강도 확실하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업무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정부패는 엄정히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쇄신에 앞장서겠다”며 “국민 편익 증진과 상생과 협력의 정신을 실천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울러 디지털을 중심으로 한 첨단 교통안전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국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방침이다. 도로공사는 드론을 투입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선별하고 정체감지 속도센서를 설치해 정확하고 안전한 교통상황을 전달할 예정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빗길과 빙판길, 교통량이 많은 시기에는 항상 안전운전을 조심해야 한다. 졸음이 심하게 올 때는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적극 활용하고 항상 안전에 유의하길 바란다”며 “고객의 안전은 공사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이자 지켜야 할 핵심가치다. 공사는 모두가 안전한 스마트 고속도로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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