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전 잃은 주민들 '망연자실'

지난 11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대피소에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 마련된 대피소에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지난 11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이 8시간 만에 진화된 가운데 이재민들의 탈출 당시 긴박한 상황과 삶의 터전이 소실된 사연 등이 전해졌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이재민 대피소인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산불로 집을 잃은 이재민 300명가량이 돗자리를 깐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재민 상당수는 화재로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앞으로 지낼 거처를 고민하느라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이재민 60대 김모씨는 “잠자리도 바뀌고 마음도 심란해 3∼4시간밖에 못 잤다”며 “한순간에 살 곳을 잃었는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지내면 좋을지 고민이 많이 된다”며 한숨 쉬었다.

부모, 6세 동생과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A(10)양은 “한밤중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앞으로 어디서 지내게 될지 걱정스러워서 잠이 잘 안 왔다”고 했다.

또 다른 이재민인 70대 김모씨는 이번 산불로 운영해오던 펜션을 잃었다. 그는 “아침에 직선거리로 우리 펜션에서 60여m 떨어져 있는 인월사 대웅전 지붕에 불길이 치솟는 것을 봤는데 그로부터 10분도 안 돼 불이 펜션 앞까지 번졌다”며 “진화한 뒤 바로 펜션으로 달려갔으나 모두 타 뼈대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30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나 8시간 만에 꺼졌다. 산불 진화에는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진화대원 2764명이 투입됐다. 강릉산불은 강풍에 소나무가 쓰러지며 전신주를 건드린 것이 발화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소실됐으며 1명이 숨지고 16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다치는 등 사상자 17명이 발생했다. 또 주택과 펜션 등 시설물 101곳이 전소되거나 일부가 타는 피해가 났다.

한편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대형 산불로 피해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 주민이 신속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피해 복구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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