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업들 불안 극대화
미, 자국 산업 보호에 우선… 한국 기업 압박
한중 관계 변화, 경제보복 조치 불안감 높아
재계 ”한쪽으로 기우는 것보단 균형 맞춰야“

우리나라 안보·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그 두나라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가열하면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공급망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와 보호무역주의, 자원 무기화는 우리 경제와 수출의 등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산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와이어는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실상과 향후 전망 , 대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의 첨단산업을 둔 갈등 속 한국은 중간에 낀 입장으로 국내 산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미국과 중국의 첨단산업을 둔 갈등 속 한국은 중간에 낀 입장으로 국내 산업계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분위기 조성은 이미 국내 산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도체 등 관련 산업군에선 충격이 현실화했다. 정부가 국가 생존 차원에서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극단적 친미 행보는 득(得)보다 실(失)이 될수도 있다고 경재계는 우려한다.

◆국제질서 격랑 속 산업계 우려 갈수록 커져

최근 자국 산업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당장 기업들은 대미 투자 확대에 나섰지만, 다른 한편에선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에 불안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미를 앞두고 내놓은 우크라이나·대만 관련 발언에 중국·러시아 당국은 반발했다. 재계에선 이를 두고 정부가 친미 노선을 강화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이로 인해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미중 전략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중 관계는 악화하고 있지만 한국·미국·일본은 3각 공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안보와 경제에서 중러와 한미일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출구조 특성상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환경 변화에 취약한 반도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은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중국은 이에 반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할 경우 국내 산업계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하는 배터리 원료인 코발트(72.8%), 희토류(85.7%), 리튬(87.9%) 등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의 중국산 비중도 90%에 육박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와 관련 공급망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가현 무협 연구위원은 ”중국의 강화되는 통제에 대응해 미래 첨단산업 필수 소재인 희토류와 영구자석의 국내 경쟁력을 키우고, 주요국과 공조로 조달 리스크 완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계에선 정부가 외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극단적인 친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픽사베이
경제계에선 정부가 외교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극단적인 친미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사진=픽사베이

◆대중·대미 관계, "철저히 이익 우선시 해야" 

한중 관계가 격랑에 놓이면서 현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를 기대했던 패션, 뷰티, 유통 기업들의 표정도 급격히 어두워졌다. 정치 이슈가 얽히면서 중국사업 전략 수정도 불가피해졌다. 

면세업을 비롯한 유통업계 역시 관광객 수요 증가로 인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양국이 멀어지는 듯한 모습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제계 안팎에선 정부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일본과 경제 교류 재개 등 새로운 물꼬를 튼 것은 긍정적이나 반도체 문제를 쉽사리 풀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방미 등을 통해서 반도체 현안에 대해 해결책이 모색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양국 정상이 발표한 내용은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며 “요동치는 국제질서에 맞는 보다 세밀한 전략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했다. 

극단적인 친미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경제계 일각에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성과가 저조했다”,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대비 얻은 게 없다” 등의 박한 평가가 쏟아졌다. 

정부는 나름대로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는 입장이다. 한미동맹 강화와 동시에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수소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우주·항공 ▲문화 등의 교류 확대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가치 동맹'을 앞세워 한쪽으로 기우는 것보다는 우리 나름의 전략 공간을 마련하면서 기업들의 이익과 경제적 실리를 우선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조건 미국 측 주장을 수용하기보단 우리 기업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야 한다”며 “국가 간 상호 이익 증진을 목표로 외교 균형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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