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감산정책에 따른 특수 사라져
업황 불확실성 심화, 돌파구 찾기 분주
"新무역환경 조성, 대응책 마련은 필수"
우리나라 안보·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그 두나라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가열하면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공급망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와 보호무역주의, 자원 무기화는 우리 경제와 수출의 등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산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와이어는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실상과 향후 전망, 대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철강업계가 ‘탈중국’을 고심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산업 전반에 걸쳐 치열한 공급망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국내 철강사들에 해외사업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글로벌 무역체계 변화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 또 다른 위기, 국가별 '정책 이슈' 변수
국내 철강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 당시 전방산업 위축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이는 기업들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의 경우 업황이 회복세를 띠면서 분위기가 차츰 살아나는 모습이지만, 대외 환경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미중 간 갈등으로 철강업계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고,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사회 압박은 기업들의 고민을 더욱 키우고 있다. 당장 기대를 모았던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역시 예상과 달리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철강 품목 수출액은 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다. 이 중 중국에 대한 철강 품목 수출은 무려 17.4% 줄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회복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철강 수출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악화 등이 불가피하지만, 전방산업 부진으로 주요 제품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여러 악재가 겹쳤으나, 주요 철강사는 올해 1분기 선방한 실적을 거뒀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69.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도 전년 동기 대비 52.1% 하락한 33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으나, 전 분기 대비로는 개선된 실적이다. 대외 복합 위기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이들 기업은 공통적으로 2분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콜 질의응답을 통해 “중국 정부가 230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시장 반응도 개선 중”이라며 “하반기 박스권 가격은 더 좋아질 여지가 있지만, 실수요 회복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전망은 밝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들은 산적해 있다. 미국 정부의 수출 쿼터제와 같은 국가별 정책 이슈가 대표적이다. 또 패권 싸움에 한창인 미국과 중국 현지 시장 점검도 필요해 보인다.
이에 대외 환경에 맞춘 전략 재정비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철강사들은 생존책 마련에 분주하다.

◆ 미래 먹거리 발굴, '투트랙 전략' 가속화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해선 새로운 보호무역 기조에 적응해야 하는 등 선제적인 수출 확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무역협회는 수출 침체 해소를 위해 올 1월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변영만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됐고, 올해 철강 수출은 전년 대비 약 5.4% 감소할 전망”이라며 “미·EU 수출 시 쿼터제 적용으로 수출량이 제한을 받는 등 쿼터 운영의 최적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업계에선 쿼터제 완화 없이는 수출 물량을 대폭 늘리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중국의 철강 감산 정책으로 글로벌시장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으나,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우리나라의 수출구조 편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시장 집중보다는 국내 제품의 경쟁력을 앞세워 신흥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쪽이 기업 이익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무역질서 재편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각 철강사가 지닌 생존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극심한 불황을 이겨낸 우리 철강업계엔 지금의 환경이 기회가 될수도 있다. 위기 국면에서 생존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글로벌시장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특정 국가나 주력사업 하나에만 치중해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기업들은 철강 본업을 살리면서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치중함으로써 급변하는 업황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출 관련 최대 변수는 미국과 맺은 쿼터제로 인한 수출규제와 중국 리오프닝 효과”라며 “본업인 철강사업 외 저변을 넓히는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대외 불확실성을 돌파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등이 지주사 전환을 택한 것도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지주사를 미래전략 콘트롤 타워로 삼아 사업구조 새판짜기에 돌입하는 등 기존 정체성 탈피에 역점을 둔 생존책이 모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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