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비반입 별도 기준 카드 '만지작'
삼성·SK 1분기 실적악화에도 투자 지속
우리나라 안보·경제와 가장 밀접한 두 국가는 중국과 미국이다. 그 두나라의 글로벌 패권경쟁이 가열하면서 우리의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공급망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와 보호무역주의, 희귀자원 무기화는 우리 경제와 수출의 등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산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서울와이어는 '차이나 리스크'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실상과 향후 전망 , 대책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으로 한국 반도체산업에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법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칩스법’에 따르면 한국기업이 미국 정부의 투자 보조금을 받을 경우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은 쉽지 않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이자 세계 반도체시장을 주도해온 K반도체산업은 글로벌 수요 감소에 따른 시세 하락 등의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부진이 계속돼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 미중 갈등에 몸살난 K반도체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반도체산업 전반에 한파가 닥친 가운데 한국 반도체는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는 샌드위치 신세다. 생산에서는 미국의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고 수요와 관련해선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판매를 금지해 반도체가 부족해질 경우 한국 반도체기업이 그 부족분을 채우는 일이 없게 해달라고 미국이 한국에 요청했다. 또 미국은 반도체법 보조금 조건으로 중국 투자 제한을 걸기도 했다.
마이크론은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업이다. 미국이 ‘반도체 동맹’을 이유로 메모리 1~2위 기업인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을 요구했다는 취지다. 결국 미국의 수출규제로 국내 반도체기업들의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가 길어지며 올해 1분기에만 각각 4조5800억원, 3조4000억원 등 8조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적자는 피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는 15년 만에 영업적자 가능성이 제기됐고 SK하이닉스 역시 3조원이상의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황 침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며 위축된 제품 수요는 중국시장 부활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의 반도체 1위 수출 대상국인 중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커지는 반도체 회복 ‘시그널’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활동 중인 한국기업에 대해 별도의 장비반입기준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나왔다. 미국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한 상태이며 이는 10월 종료된다. 이에 한미 양국은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공급망 안정을 보장할 수출통제 방안을 긴밀히 논의해왔다.
별도 기준이 만들어지면 한국기업의 경우 현재와 같이 한시적(1년)으로 수출통제 유예를 적용받는 대신에 기간 제한 없이 기준 내에서 미국의 반도체 장비를 중국으로 반입해 중국 내 생산 설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 9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기업이 중국에 미국 반도체 장비를 반입하는 문제와 관련해 “(수출통제 유예가) 10월 후에도 상당 기간 연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는 근심을 안고 있던 한국 반도체업계는 일단 한시름 덜게 됐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중은 지난해 40.3%로 삼성전자는 낸드 플래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실적 악화에도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10조7000억원을 시설투자비로 집행했다. 이 중 92%인 9조8000억원은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시설투자는 전년 대비 50% 이하로 줄이기로 했지만 DDR5 등 최신 메모리 제품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방침이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도 반등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10개월 만에 전달 대비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지난 3월 글로벌 반도체시장 매출은 398억3000만달러(53조4280억원)로 2월(397억달러)보다 0.3% 증가했다. 전달 대비 매출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존 뉴퍼 SIA 회장은 “1분기 매출은 시장 사이클과 거시경제 역풍에 따라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월별 기준으로는 거의 1년 만에 올랐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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