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선언 30주년, 올해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 가중
임직원과 스킨십 강화·광폭행보로 '돌파구' 마련 총력
해외 네트워크망 풀가동,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가속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은 임원들 1000명을 모아놓고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신경영’을 선포했다. 올해는 신경언 선언이 나온 지 30주년이 되는 해. 선대회장의 선언을 성장이념으로 삼아 내실과 외실을 키운 삼성은 이재용 회장 체제에서 ‘뉴삼성’의 기치를 들어올렸다. 직면한 경기침체와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은 미래 성장의 불투명성을 높였지만 이 회장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그가 구상 중인 뉴삼성의 비전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재용 회장이 지난 1일 취임 후 첫 삼성호암상 참석을 위해 서울 신라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재용 회장이 지난 1일 취임 후 첫 삼성호암상 참석을 위해 서울 신라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과거 국내 1위에 안주하는 임원들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현지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와 같은 고강도 혁신 주문이 상징적이다. 

이후 삼성은 빠르게 변화했다. 기술 경쟁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정받았으며, 주력인 반도체는 메모리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실적에 흔들리기보다 불황 때 투자를 통해 초격차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의 경영 철학은 삼성의 성장 원동력이 됐다.  

오는 7일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과감한 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부친의 경영 철학을 계승한 이재용 회장은 안팎의 어려움을 딛고 향후 30년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떠안았다.

◆'부드러운 리더십·선구안' 바탕 성장동력 육성 박차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재편,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 미국과 중국의 분쟁 등 이 회장을 둘러싼 대외 환경은 그야말로 복합위기다.

지난해 10월 공식 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직면한 위기 타개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회장 취임 전부터 ‘현장경영’으로 임직원과 스킨십을 강화한 데 이어 해외 사업장을 찾아 현지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보였다.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는 이 회장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이면에 품은 날카로운 선구안으로 미래 먹거리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춘 전략으로 전 계열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실제 글로벌 모바일과 가전,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온 주력 계열사 삼성전자는 경쟁자들의 도전을 받는 상황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내부적인 혁신성장은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특히 올해들어 주력인 반도체사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낙점했고, 이외에도 인공지능(AI), 로봇, 확장현실(XR) 등의 미래 시장 선점을 가속한 상태다. 

이 회장은 부친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뉴삼성' 구축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글로벌 경영으로 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이 회장은 부친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뉴삼성' 구축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글로벌 경영으로 성장동력 발굴은 물론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사진=이태구 기자 

◆경쟁력 확보 ’총력전‘...대규모 투자로 성장비전 구체화

이 회장은 성장동력 발굴의 절박함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해 45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재용 회장은 용산 대통령실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해 “앞만 보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 계획 등에서 대해선 “숫자는 모르겠고 그냥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투자 등에 뒤쳐질 경우 기업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역동적인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 등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이 회장은 올해도 대통령 해외 순방 일정에 합류하며, 글로벌 네트워킹을 강화했다. 그가 보유한 최대 무기는 전 세계에 갖춘 네트워크망에 있다.

초격차를 위해 이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 및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빅샷’과의 돈독한 관계를 앞세워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은 물론 BMW, 퀄컴, IBM 등의 수장들과 만남에서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은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기업들과 접점을 늘리는 것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현지 투자 계획을 점검하는 등 광폭 행보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영’을 본격화한 이 회장의 최대 과제는 불확실한 상황 타개다. 재계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온 힘을 쏟고 있는 그의 행보를 보며 대변혁 속에서 뉴삼성 비전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경영 선언이 나온 지 30주년이 된 올해, 회사의 실적 부진과 반도체 업황 악화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전망”이라며 “새로운 리더십과 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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