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업 결합 절차, 미국·EU의 완강한 반대 직면
산은, 모든 가능성 두고 회계법인에 컨설팅 발주
산은 측은 '플랜B'설 전면 부인해…컨설팅은 인정
미국·EU가 불가 통보 내릴 경우 대비한다는 분석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항공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난항이 계속되자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이 ‘플랜B’를 가동시킨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두 국적 항공사 간 합병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반대에 진행이 더뎌지자 이를 추진해온 산은이 제3자 매각 등 대안 검토에 나선다는 것이다.
8일 오전 한국경제 단독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산업은행은 합병 절차 무산을 전제로 최근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산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컨설팅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산은은 “3자 매각은 검토 하고 있지 않다”며 해당 보도를 전면 부인했지만 합병이 순조롭지 못한 것은 업계에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컨설팅 용역 대상에는 아시아나가 제3자 매각에 나설 경우 해소해야 할 문제와 재무적 보완 사항, 제3자 매각 시 가능한 비용 절감 방안 등이 포함됐다. 기업결합 장기화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및 자금수지 분석도 들어갔다.
산은은 “이번 컨설팅은 기업결합 장기화 등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추정과 향후 자금수지 분석 차원”이라며 컨설팅을 발주한 사실을 인정했다.
산은은 지난 6월까지 “기업결합 무산에 대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합병이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플랜B로 입장 선회를 시사한 것은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합병 무산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져서다. 또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은의 책임론이 거세게 불거질 수 있어 내부적으로 긴급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DOJ)는 5월 대한항공에 “독점을 해소할 경쟁 항공사가 없으면 합병 승인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EU 집행위원회(EC)도 양사 합병으로 인한 여객 분야와 항공화물 운송시장의 독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를 키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제안했지만 DOJ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과 EU의 강도높은 '시정' 요구에 대한항공은 이달 초 아시아나의 화물 부문을 티웨이항공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산은에 보고 했다. 하지만 산은이 이 계획에 난색을 보였다. 아시아나를 정상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합병 초 청사진과 달리 아시아나를 사실상 공중분해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특단의 대책으로 자사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일부 미국 및 유럽 노선을 국내 다른 항공사에 넘기는 방안까지 고민한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도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에 제출하겠다고 이달 초 산은에 보고했다.
산은 경영진은 신중한 입장이다.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장거리 핵심 노선을 넘기는 건 아시아나항공의 핵심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기업결함 심사를 통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방식의 합병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라는 본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게 산은 측 판단이다.
게다가 대한항공의 대응책을 이행하더라도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허가를 내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쟁당국은 허가 이전에 독점 우려를 해소할 대책을 선조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선조치 후에도 허가를 내주지 않을 가능성은 산은 경영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객 슬롯(특정 공항에 이착륙할 수 있도록 배정된 시간대) 반납에 이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논의가 구체화되자 더 이상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억지로 합병을 해도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수년째 끌어온 합병이 어려워지자 산은 경영진의 책임론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호언장담과는 전혀 다르게 미국과 EU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은이 플랜B 가동을 부인하긴 했지만, 회계법인 컨설팅 소식이 전해진 것은 미국과 EU 등 경쟁당국의 최종 결론이 ‘불가’로 나올 경우를 예상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8월에 나올 것이라는 합병 승인 여부는 더 장기화 돼 연내 결론이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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