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 과장표시 드러나 출시 2달 만에 스스로 정정신고
폭스바겐코리아, 출고 및 완납자에게 30만6000원 배상
연비조작사건 데자뷰…이런일 없도록 행정에 확실해야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 사진=서울와이어DB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ID.4'.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폭스바겐이 자사 전기차 ID.4의 전비를 과장표시한 것이 드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자신 신고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ID.4 소비자들에게 인당 30만6000원씩 보상하기로 했다.

지난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폭스바겐코리아는 최근 2023년형 ID.4의 전비를 국토부와 환경부 등에 정정 신고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6월 신형 ID.4를 출시하며 전비가 복합 기준 5.1㎞/㎾h라고 국토부에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1회 충전으로 최대 440㎞를 달린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코리아는 두 달여 만인 이번 달 ID.4의 전비를 4.9㎞/㎾h로 하향 정정했다. 전비 감소로 주행거리도 440㎞가 아닌 421㎞가 됐다. 이에 ID.4는 연료소비율 과다 표시 행위로 자발적 시정조치(리콜) 대상이 됐다.

연비 과다 표시는 통상 한국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자기인증 적합 조사’에서 드러나지만 이번 ID.4의 전비 과장은 폭스바겐코리아가 스스로 밝혔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에서 먼저 전비 오류를 발견해 국토부와 환경부 등 관계 당국에 보고했다”며 “독일 본사에서 전비 시험 성적서를 받아와 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 기준으로 산출하는 과정에서 계산 오류가 발생해 전비가 잘못 표시됐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신형 ID.4를 출고했거나 차 값 전액을 납부한 고객을 대상으로 인당 30만6000원을 보상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보상 대상은 총 338대이고 보상금은 총 1억342만8000원이다.

보상금 책정은 줄어든 전비(4.9㎞/㎾h)로 주행할 때 기존 전비(5.1㎞/㎾h)보다 더 써야 하는 비용을 5년치만큼 준다.

이를테면 1년간 평균 2만㎞로 5년간 총 10만㎞를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전비에서는 1만9607㎾h의 전력이 필요하다. 줄어든 전비에서는 2만408㎾h 전력이 든다. 두 값의 차이인 801㎾h만큼의 금액을 보상하며 심리적 불편에 대한 보상금을 더했다고 폭스바겐코리아는 밝혔다.

전기차 충전 요금이 1㎾h당 약 3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리적 보상금으로 책정된 금액은 6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 국토부는 전비를 과장해서 표시한 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료소비율 과다 표시는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며 “과징금은 관련법에 따라 ‘해당 자동차 매출액의 100분의 2′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데 정확한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의 이번 전비 과장 표시는 스스로 신고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고 비교적 매끄럽게 일단락 됐지만 브랜드 신뢰도에는 한번 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연비조작 사태라는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데자뷔로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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