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차량용 반도체업체와 적극 업무협약
LG그룹, 2021년부터 차량용반도체 주목해와
자동차·전자기기를 넘어 팹리스로 변화 예상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 늘어 차량용 반도체가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에 기존 반도체업체는 물론 비반도체기업인 현대차그룹과 LG그룹도 차량용 반도체시장 진입에 공들인다. 이 두 기업이 반도체 개발에 ‘진심’임을 내비치며 자동차·전자기기를 넘어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로 거듭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 차량용 반도체 개발 적극 나서
현대차그룹은 올해 들어 반도체개발실을 신설하고 외부 업체와의 전략적 투자·협업을 통한 반도체 역량 강화에 나섰다. 지난 3일엔 캐나다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5000만(약 668억원)달러를 투자했다.
현대차그룹은 텐스토렌트를 통해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텐스토렌트는 자율주행에 꼭 필요한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 등 AI 반도체 관련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했다.
지난 6월엔 국내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인 ‘보스반도체’에 2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보스반도체는 고객사의 차량용 소프트웨어 및 요구사항에 최적화된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 및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이다.
또 지난 3월엔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딥엑스’와 로보틱스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행보도 의미심장하다. 지난달에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생산 공정을 둘러보기도 하며 시장 참여에 연일 신호를 보낸다.
◆LG그룹도 참전 의지 내비쳐, 외부 협력 강화

LG그룹도 차량용 반도체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과 손잡고 투자를 적극 늘리는 등 반도체 사업 진출이 구체화되는 모습이다.
지난 6월 ‘LG AI연구원’은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퓨리오사AI’와 차세대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단순히 연구 진행에서 협력뿐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 발굴도 진행한다.
LG전자도 지난 5월 텐스토렌트와 손잡고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AI 반도체는 앞으로 LG전자의 기존 제품들에 더불어 차량용 전장부품에도 활용된다.
LG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은 2021년부터였다. 센터 내에 차량용 반도체 개발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해 본격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에 들어갔다.
지난해엔 독일 시험인증전문기관 ‘TUV라인란드’로부터 전장용 반도체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기능안전 인증을 받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전장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김진경 LG전자 SIC센터장 상무는 TUV라인란드의 기능안전 인증식에서 “빠르게 정보기술(IT) 기기화가 되고 있는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차량용 반도체”라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개발할 수 있는 체계와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LG그룹 팹리스 회사로 거듭날까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가 뜨거운 인기를 보여주는 이유는 전기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통상 내연기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200~300개지만 전기차에는 600~1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시장규모도 막대하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규모가 지난해 635억 달러(약 81조원)에서 2026년 962억 달러(약 123조원)까지 팽창한다고 추산한다.
차량용 반도체는 일반 반도체와 달리 내열성이 강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한 공정이 들어가 공급량이 적은 것도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의 시장 참여 필요성을 보여준 계기다. 지난 2년간 반도체 공급이 한계에 부딪혀 전 세계적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차량용 반도체의 수급부족 현상이 완성차업계에 실질적 타격을 주면서 그 중요도가 급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이 시장에 직접 참여하고, 이후 팹리스 회사로 거듭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삼성·LG, 독일 모터쇼 'IAA' 나란히 참가… 뭘 노리나?
- 정의선, 인텔 아일랜드 캠퍼스 찾아 '반도체 공급망' 점검
- '타다 금지법' 타격 컸나… 구조조정으로 직원 절반 떠난다
- 현대차그룹, 차량용 반도체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20억 투자
- 서울대에 '현대차 입사보장' 계약학과 생긴다…미래모빌리티 석사과정
- 현대차,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자체 개발 배터리 탑재
- 현대차, GM 인도공장 인수 완료… 100만대 생산체제 갖춘다
- LG전자, 경기 불황에도 글로벌 올레드시장서 선전
- LG전자, 편리성·공간효율 높인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IFA2023서 공개
- 현대차그룹 연내 시속 80㎞ 자율주행차 출시… 세계 최초 레벨3 상용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