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기 주총서 경영진 교체 요구
최대주주임에도 의결권·경영권 없어
안건통과 시 '뉴 남양유업' 출범 속도

남양유업 새 주인 한앤컴퍼니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남양유업 새 주인 한앤컴퍼니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 김익태 기자] 남양유업 새 주인 한앤컴퍼니의 경영 정상화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홍원식 회장이  본인을 고문으로 선임해주지 않으면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요 안건은 윤여을 한앤코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내용과 배민규 한앤코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이다.

지난 1월 한앤코는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홍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 승소해 최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주주명부가 폐쇄되면서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이에 정기주총까지 홍 회장에게 주도될 가능성이 커지자 한앤코 측은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서를 잇달아 제출하고 나섰다. 홍 회장 측이 이번 주총에서 한앤코의 제안을 다시 무시하면 500억원을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결국 남양유업이 임기가 끝나가는 홍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을 상정하지 않고 한앤코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경영권 갈등이 막바지에 이른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변수는 남아있다. 홍 회장 일가는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총 53%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이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안건 통과 여부가 갈릴 수 있다.

과거 회장직 사퇴를 번복하고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가 해지하려 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경영권 갈등의 마무리를 쉽게 예측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홍 회장은 한앤코 측에 남양유업 고문 위촉·백미당 경영권 보장·가족 임원 예우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번 정기 주총에서 이사 선임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한앤코는 임시 주총을 거쳐야만 경영권을 손에 쥘 수 있다. 임시 주총은 다음 달 중순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한앤코는 홍 회장이 요구하는 고문 선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고 사명 변경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 홍 회장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가 경영권을 가져오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는 실적 회복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9968억원, 영업손실 5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3.3% 늘고 영업손실폭도 줄이는데 성공했으나 적자를 피하진 못했다.

한앤코는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 개선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남양유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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