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총 표대결선 무승부 이후 마찰 잦아져
황산 취급대행 계약 갱신 둔 법적 '공방전' 예고
소모적 분쟁 거듭에 양측 사업 경쟁력 약화 우려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과 고려아연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영풍이 고려아연이 장기간 지속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을 일방적으로 거절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영풍은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석포제련소에서 생산된 황산을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황산 탱크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 왔다.
울산 울주군 온산제련소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운반 된 황산은 다시 동해항과 온산항 등을 통해 수출됐다.
갈등의 중심에 놓인 화학물질 황산은 아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부산물이다.
고려아연 측은 사전에 이미 시설 노후화 등으로 시설의 폐쇄 필요성을 지난 4월 통보했으나, 영풍의 이의 제기로 결국 소송전으로 이어지게 됐고 양측은 또 다시 충돌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이와 관련 공식 입장문을 통해 “황산 관리시설 노후화 등에 따른 안전상 위험과 법적 리스크, 처리와 보관 비용 등을 모두 고려아연이 직접 부담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영풍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고려아연은 “영풍 측은 무려 7년 이상이라는 유예 기간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며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무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주주의 직권을 남용한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선대때부터 내려왔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공동 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양측은 날선 공방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이번 분쟁 역시 2022년 발발한 양사의 경영권 분쟁의 연장선이란 해석이 나온다.
서린사상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고려아연이 독립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적 소송전 결과에 따라 영풍과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영풍 측은 소송 제기 부분에 대해서 “황산 제조 공정에 관한 것이 아닌 고려아연의 기존 저장탱크 2기와 기존 황산 파이프라인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계약 거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고려아연에선 “영풍이 육상 운송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탱크터미널을 활용할 수 있지만, 단순히 비용부담이 추가로 발생한다는 이유만으로 적극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소송전에서도 양사는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의 최씨일가와 영풍의 장씨일가는 75년간의 동행 경영에 마침표를 찍고 소송 외에도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과 정관 변경을 두고 표 대결로 한 차례 맞붙었으나, 당시엔 무승부로 끝났다. 이후에도 소송을 주고받는 등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분쟁이 지속되면서 고려아연이 노리는 것으로 보이는 계열분리 역시 미뤄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재계에선 양사 간 분쟁에 있어 계열분리를 최선의 해답으로 보고 있지만, 지분 구조상 이마저도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소송 등에 따라 고려아연이 추진하고 있는 신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에 소모적인 소송전이 지속됨에 따라 사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적 갈등과 경영권 다툼의 장기화로 고려아연이 밀어붙이는 이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