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 종료
75년 동업관계 깨지나… 서린상사가 마지막 끈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각사 제공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영풍그룹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며 75년의 동업관계가 사실상 파탄을 맞았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공동으로 진행하던 원료 구매 및 영업활동을 중단한 데 이어 황산취급 대행 계약도 끝내기로 했다.

여기에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이사회 장악까지 성공할 경우 양 가문의 관계는 고려아연 지분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끊어진다.

15일 고려아연은 오는 6월30일 만료되는 영풍과의 ‘황산취급 대행 계약’을 더는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는 20기의 황산탱크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영풍의 석포제련소가 보내는 40만톤(2023년 기준)을 포함해 연간 160만톤의 황산을 처리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황산취급 대행 계약 종료 배경에 대해 ▲황산관리 시설 노후화에 따른 일부 시설의 폐기 ▲시설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의 필요성 ▲자체 생산량의 지속적 증가로 인한 공간 부족 등을 꼽았다. 이에 따라 영풍은 새로운 황산처리 업체를 찾거나 황산탱크를 지어야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 9일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 및 공동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당시 고려아연은 종료 이유로 비용 절감을 꼽았다.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비싼 가격으로 공동 구매하다 보니 각종 부대비용이 늘어난다는 게 이유였다.

영풍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계약종료는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통보이자 경영권 분쟁에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고려아연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고려아연 경영권 갈등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고려아연 지분 경쟁을 시작한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은 올해 고려아연 주총을 기점으로 갈등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고려아연 측은 주총에서 ‘외국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유상증자를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하기 위해 정관변경을 시도했지만 영풍의 반대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계열사 서린상사를 두고도 현재 갈등을 빚고 있다. 서린상사의 최대주주는 고려아연(66.7%)이지만 실제 경영은 영풍 측 인물들이 하고 있다. 서린상사는 비철제품 수출 및 원재료 구매를 담당한다.

현재 서린상사 이사회는 7명으로 고려아연 측 4인, 영풍 측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신규 사내이사 4명을 추가해 이사회를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3월 이같은 내용의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서린상사 이사회 개최를 두 차례나 시도했지만, 영풍 측 이사들이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열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법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신청했고 법원 판단은 오는 17일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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