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측 5000원 배당 확대안 '63%' 찬성으로 가결
정관변경안 53% 찬성에도 부결, 특별결의 요건 미충족
사실상 무승부, 공동경영 마찰·경영권 분쟁 지속 가능성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씨 일가와 장씨 일가가 올해 정관변경과 결산배당 안건을 두고 표대결을 벌인 결과 사실상 무승부로 끝났다.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50기 정기 주총을 개최했다. 이날 관심을 양 측이 내놓은 안건에 대한 표대결 결과에 쏠렸다.

고려아연을 두고 동업 관계를 이어온 최씨와 장씨 일가의 경영권 다툼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여지면서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으로 두 가문이 3대째 공동경영을 이어왔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고돼 관심이 모였으며, 앞서 고려아연은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제시했다. 

이에 영풍 측에선 배당을 1만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해당 안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핵심 안건이었던 고려아연의 '1주당 5000원' 배당 확대는 참석 주식수의 62.74%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주총 전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서스틴베스트와 ISS, 그리고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대표적인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모두 고려아연이 제시한 중간배당금 1만원과 기말결산배당금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찬성하는 등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고려아연이 2호 안건으로 낸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은 출석 주식의 과반인 53.02%와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 수의 48.9%가 찬성했지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불발됐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채택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압도적인 지지로 의결되는 등 고려아연이 당장은 경영권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제련사업은 물론 경영진이 추진하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방침,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재계에선 아직 분쟁의 불씨가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쟁점과 관련해 주총에서 최씨, 장씨 일가가 1승1패를 주고받으면서 경영권 다툼은 앞으로도 지속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창업주 일가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공동 경영에 잡음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려아연은 주총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상태로 계열 분리에 대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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