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끊임 없는 대립… 주주 피로도 높아
19일 주총 배당액 안건에서 국민연금이 결과 좌우

7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이어온 고려아연의 최씨와 장씨 창업주 일가의 공동경영 체제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실제 양 측은 지분 매입 경쟁을 벌이고 잇으며, 승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각사 제공
(왼쪽부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사진=각사 제공

[서울와이어 천성윤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측과 영풍 장형진 고문측이 오는 1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맞붙는다. 양측의 지분이 팽팽하고 안건 쟁점이 큰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주총회 안건은 크게 정관 변경과 배당액 변경 등 두 가지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외국의 합작법인’뿐 아니라 국내 법인에게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 조항 변경안을 제안했다.

고려아연측 입장은 상장사 97%가 실시하고 있는 상법상 표준정관에 맞추기 위해 정관변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정관 변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안건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특별결의 사항으로 영풍측이 일찌감치 반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배당액 관련 안건에서도 서로의 생각차가 크다. 고려아연은 5000원, 영풍은 그 두배인 1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미래대비를 위해 현금을 보유하자는 주장이고 영풍은 동업관행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과 영풍의 지분은 우호세력까지 각각 33%, 32% 수준으로 1% 차이 내외다. 고려아연은 사업 제휴를 목적으로 LG화학과 자사주를 교환했으며 현대차, 한화그룹이 출자한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영풍도 고려아연 추가 매수에 나서며 지분 경쟁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KCGI자산운용도 영풍 편에 서겠다고 밝혀 우군 범위를 넓혔다.

이 같은 구도 때문에 고려아연 지분 8.39%(175만4554주)를 소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향방을 가르게 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2년, 2015년, 2022년에 장형진 고문의 과도한 겸직을 문제 삼으며 이사 선임을 반대해 고려아연 측에 선 바 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경영권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배당금 축소는 국민연금의 손해를 불러올 수 있어 예측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고려아연과 영풍의 계속되는 갈등에 주주 피로감이 높아 국민연금이 이번에 확실히 갈피를 잡아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과 영풍이 주총 때마다 끊임없이 대립하며 주주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국민연금이 나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며 “다만 배당 안건의 경우 국민연금 수익성과 연관돼 있어 경영진의 손을 들어줄지 불분명하다. 주총 당일이 돼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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